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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81116
· 쪽수 : 353쪽
· 출판일 : 2007-02-09
책 소개
목차
제1장 성우장 202호
제2장 성동여관 309호
제3장 그린모텔 406호
제4장 국가재건회의 2135호
제5장 그랜드모텔 305호
제6장 새서울여관 201호
제7장 당신이라는 여관
제8장 지하실 0호
제9장 다시 성우장 202호
작품 해설 - 중음신(中陰身)이 된 현대인의 한없는 미끄러짐 / 이경재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머릿속에는 지금, 잡지 속 사진보다 또렷한 상상의 장면들이 한가득 펼쳐지는 중이다. 바지와 팬티를 훌러덩 벗은, 남성용 정조대를 직접 몸에 걸친 내 모습.
하고 싶다! 하고 싶다!
귓속에서 그런 외침이 왕왕 울렸다. 몸의 일부가 어떤 욕구의 강렬함으로 뻐근하게 달구어지고 있다. 남의 가방에 손을 대고 싶은 뻔뻔한 욕구보다 열 배는 강렬했다. 남의 여관방을 청소하고 싶은 엉뚱한 욕구보다 천배는 강렬했다. 그래.
... 훌륭했다. 제품 테스트를 하듯 화장실로 가 오줌을 누었는데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구조상의 결정적인 특징 하나를 소개한다면 본체가, 음경이 들어가 자리 잡는 길쭉한 금속 원통이, 상하 좌우 180도 가까이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어느 한자리에 빳빳하게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것은 대단히 인체공학적인 구조였다. 예컨대 물건이 축 처져 있거나 빳빳하게 발기가 된 경우거나,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심하게 휜 경우에도 불편이 전혀 없을.
... 중세 때엔 청소년들의 자위를 막고자 의무적으로 남성용 정조대를 채우기도 했다지. 귀두의 표피를 뚫고 조그만 쇠고리를 끼워, 발기했을 때 살가죽이 늘어지고 찢어지는 고통을 참을 수 없도록. 그에 비해 이건 얼마나 합리적인가. 잘 만들었어.
입가의 흐뭇한 미소가 스르르, 걷혔다. 중세 소년들의 고통이 피부에 와 닿아서가 아니었다. 맙소사. 다급하게 하체에 손을 가져갔다. 정조대 여기저기를 더듬는다. 변함없이 견고하고 매끈한 금속의 감촉. 이럴 수가. 뒷덜미가 아찔했다. 숨이 턱 막혔다. 속이 메슥거렸다. 별안간 당신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이거, 어떻게 벗는 거지? - 본문 77~79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