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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83028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0-04-05
책 소개
목차
여덟 번째 방
작가의 말
작품 해설
오가다_허윤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 세상은 어쩌면 한 권의 거대한 책일지도 모른다는 상상. 굳이 책의 형태를 따지자면 아주 크고 복잡하고 정교한 팝업 북쯤 되겠지. 주인공은 물론 나다. (……) 내가 사고하고 행동하는 대로 책의 내용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나게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나는 믿는다. 내가 책을 읽듯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라는 크고 복잡하고 정교한 팝업 북을 펼쳐보고 있는 미지의 존재 또한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거라고.
스무 살, 스물한 살, 스물두 살, 청춘의 계단을 밟고 이사를 다닐 때마다 조금씩 좁아지고 낮아지고 어두워졌던 방들. 문이 잘 닫히지 않던 방, 저녁마다 서향으로 난 창에 노을이 번지던 방, 장마 때면 침대 다리가 물에 잠기던 방, 정전이 잦던 방, 그가 들어오고 싶어 했던 방, 방, 방들.
그 많은 방들에 나는 내 20대를 골고루 부려 놓았다. 나에게 방은 집에 부속된 공간이 아니라 온전한 집 자체였다. 부등식 ‘방<집’이 아니라 등식 ‘방=집’이 성립되는 곳이었다. 그 많은 방들을 거치며 이제 나는 서른이 되었다. 요즘도 가끔 지나온 길 위에 두고 온 나만의 방들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곤 한다. 방들 속에 고여 있는 기쁨과 슬픔과 꿈과 절망과 환희와 분노는 하나같이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 말랑말랑해진 그 모서리들을 만져 보는 것이 나는 좋았다.
저들에게는 꿈이 있을까. 있겠지. 그럼 저들이 전부 100명이라면 세상에는 도합 100개의 꿈이 있는 것인가. 아니, 일단은 나를 빼야 하니 99개라 해야겠지. 역 안에 부유하는 먼지 속에서 영대는 99개의 무정형의 꿈들이 아이 손을 떠난 헬륨 풍선처럼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것들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었지만 외피가 불투명해서 속을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