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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4171768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5-07-31
책 소개
순간 아이의 눈이 반짝 빛났다.
“엄마 껴안기 대회”
시보다 더 시적인 일을 절로 좇는 아이 덕분에 탄생한 소설가 김미월의 첫 산문집 『엄마 껴안기 대회』가 난다에서 출간된다. 2020년 봄부터 2025년 봄까지 세계일보에 연재한 칼럼 <김미월의 쉼표>를 바탕으로 엮었다. 피아노 콩쿠르 대회와 바둑 대회에 나가는 친구들을 두고 자신은 ‘엄마 껴안기 대회’에 나가겠다고 말하는 아이. 그런 아이의 사랑스러움이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하게 묻어난다. 매일 수십 차례씩 안아주는 아이 덕분에 언제부터인가 그 역시 누군가를 껴안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김미월 소설가는 묻는다. 정말로 엄마를 껴안고, 자식을 껴안고, 남편을, 형제자매를, 친구를, 연인을, 동료를, 이웃을 그저 순수하게 껴안는 대회가 있다면 어떨까. 경쟁자도 껴안고 심사위원도 껴안고. 껴안은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을 테니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대회를 상상하는 김미월 소설가와 아이의 이야기는 책을 펼친 우리 얼굴에 미소를 품게 한다.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나를 와락 안았다. 보아하니 대상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책장에 부딪혔는지 아이가 울상을 하고 제 머리통을 문지르고 있었다.
얼른 아이에게 다가앉았다.
“괜찮아?”
“아파.”
“많이 아파?”
“아니.”
“그럼 얼마큼 아파?”
“가루만큼.”
_「아홉 개의 죽산 너머에」 중에서
이러다간 조, 경, 해, 자, 그렇게 갠지스 강 모래알 수까지 갈 것 같아서 나는 다 건너뛰고 대뜸 무한대라는 단어를 알려주었다.
“무한대는 너무 커서 끝이 없어. 셀 수도 없어. 무한대보다 큰 건 없어.”
아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무한대, 무한대,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나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말했다.
“엄마, 무한대 사탕 먹고 싶어요.”
_「아홉 개의 죽산 너머에」 중에서
목차
프롤로그 외계 소년 엘레프 9
2020년
아이 재우는 법 18
오십일번째 아이디어 21
눈치가 없다는 이유로 24
정답을 찾아서 27
학생, 안 추워요? 30
영원히 스물세 살 33
작가들의 천국 36
우리가 다 같이 나온 사진 39
아홉 개의 죽산 너머에 42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는 것 45
꾀병 모녀 48
지나가지 않는 것도 있다 51
요즘 아홉 살은 54
제목만 봐도 알 것 같은데 57
이젠 내 사랑이 되어줘 60
2021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질문 64
문 앞에 놓고 갑니다 67
나는 보지 못한 것 70
어느 쪽이 더 견고한가 73
시보다 시적인 일 76
소금인형에게 말해줄게 79
엄마는 꿈에서도 바쁘다 82
너는 어떻게 살고 있니 85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88
달리기를 한다는 것 91
아메리카노 주문하는 법 94
네잎클로버를 뜯지 않고 놔두면 97
기억이 안 나요 100
낙법이 웬말인가 103
이 이야기의 교훈은 106
나도 한때는 펜싱을 했지만 109
한 통의 편지를 부치기까지 112
기프티콘은 커피가 아니잖아요 115
빠르고 간편한 위로도 위로 118
진실은 저 너머에 121
2022년
한밤의 산책 126
나의 고민은 129
어떤 졸업식 132
학용품을 사러 갔다가 135
아파트 가격 1원 138
하루에 한 권씩 읽어도 141
빵점 맞아도 되지요? 144
아마도 외로워서 147
오래 간직해온 물건들 150
인생 선배의 조언 153
선배님께 올리는 안부 156
아무 문제도 없어요 159
반으로 줄여도 162
첫 수업에서 생긴 일 165
어디 가고 싶어? 168
축하드립니다! 171
방울토마토의 행방 174
소풍의 본질 177
문학주간 후에 깨달은 것 180
커피 한잔의 거리 183
2023년
왕도는 따로 있다 188
붕어빵을 사러 갔다가 191
호텔에 돈 벌러 갔어요 194
창밖의 빗물 같은 것 197
여기는 나폴리 200
저의 장래희망은 203
사귀자는 말 206
네게 줄 수 있는 건 차비뿐 209
저는 그런 사람 편입니다 212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216
나 같은 어른을 위한 동화 219
오래전 오늘 우리는 222
가루만큼 아파요 225
젊고 아름다운 말 229
깊고 컴컴한 동굴 속으로 232
귀신보다 무서운 것 235
선생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238
마술처럼 아름답고 신기한 242
문학은 오류 245
나비의 전설 248
나는 옛날 사람 251
백두산에서 발견한 것 255
없던 인간미가 생긴 날 258
당신은 어떤 유형? 261
올해 최고의 묘사 264
심사 결과와는 상관없는 심사 후기 267
모르고 말했지만 270
2024년
눈에 눈이 들어가면 276
나 홀로 놀이공원 279
해주고 싶었던 말 282
내가 궁금한 것 285
저를 뽑아주세요 288
기억은 어디로 가는가 291
유월이 오면 294
인기가 많을 수밖에 297
삶이 먼저지요 300
선물하기의 어려움 303
혼자 학교 가는 길에 306
이것도 직업병 309
어디가 제일 좋았니 312
엄마 껴안기 대회 315
사라진 그리마 318
춘천행 기차에서 생긴 일 321
이것이 정말 소설이라면 324
찹쌀 도넛과 시 327
에필로그 껴안은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을 테니 331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이에게 캐러멜 한 개는, 어른들에게야 정말 별거 아니지만, 그 나이 애들에게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거잖아요. 그렇게 소중한 것을 제가 받았으니 저도 뭔가를 주고 싶었어요.” 그가 정답이었다. 그의 말이, 그의 마음이 정답이었다.
_「정답을 찾아서」 중에서
남자아이는 그네를 백 시간 더 타고 집에 가겠다는 딸아이보다 아재 개그에 열렬히 호응하는 그 엄마가 더 걱정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곧 딸아이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너 이제 그만 집에 가. 엄마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법이야. 나는 눈만 끔벅였다.
_「요즘 아홉 살은」 중에서
어느 날 여자는 시집 코너에서 현행범을 잡았다. 앳된 얼굴의 소년이었다. 점퍼 안쪽에서 시집이 두 권 나왔다. 소년을 사무실로 데려갔다. 그는 고등학생이었고 연락할 부모가 없었다. 여자는 그를 돌려보냈다. 책값은 여자가 대신 치렀다. 그 대목에서 여자는 내게 변명하듯 말했다. 훔친 물건이 다른 것도 아니고 시집이잖아요.
_「시보다 시적인 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