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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84360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2-01-30
책 소개
목차
1부
에어로졸
더 나쁜 쪽으로
Bat flower
Sun is shining , the weather is sweet
남자
하녀
위트 있는 소의 크기
아메리칸 브렉퍼스트
잉글리시 레슨
몰
안 좋다
2부
페스카마 15호
Part of the weekend never dies
애프터 파티
그린맨
아이 고우 딥
더스티 네온 스카이
시에서 가장 부유한 구역은 교회와 고시원
그리고 김밥천국으로 가득차 있다
피크닉
Life on mars
Father forgive them,
for they know not what they do
3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사막과 구별되지 않는다. 끝없이 늘어선 가로등은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말라 죽은 선인장처럼 보인다. 모래가 눈꽃처럼 흩날리는 거리를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비춘다. 도시 전체가 노란 꿈에 잠겨 있는 듯하다. 그것은 한 가지 색에 사로잡힌 채 서서히 잠드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
노랗고 거대한 꿈이 도시를 모래 속으로 파묻는다.
드문드문 보이는 나무는 녹색을 잃은 지 오래다. 그 너머로 보이는 공장은 회색을 잃은 지 오래다. 공장의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는 흰색을 잃은 지 오래다. 노란 연기 위로 모래가 흩날린다. 주먹보다 큰 모래 뭉치가 너무 익은 과일처럼 바닥으로 툭툭 떨어진다. 터져 나온 모래가 피처럼 바닥을 적신다.
길은 하늘과 구별되지 않는다. 하늘은 모래와 구별되지 않는다. 모래는 도시와 구별되지 않는다. 노란 꿈이 절정에 닿아 있다. 차가 모래 속에서 전진한다. 모래가 차 위로 전진한다. 커튼 속 여자들이 어둠 속에서 꿈틀거린다. 갑자기, 굉음과 함께 차가 살짝 흔들린다. 여자가 뒤를 돌아본다. 그들이 방금 빠져나온 집이 무너져 내린 것이 보인다.
무너져 내린 집에서 동물의 커다란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여자가 웃음을 터뜨린다. 남자도 웃음을 터뜨린다. 차가 모래로 덮인 길을 전속력으로 달려 나간다. 그리고 제니가 웃는다. 찢어진 커튼 속에서 제니가 웃는다.
가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거긴 어떤 나라 어떤 도시 어떤 건물 어떤 방이 아니라 제니의 머릿속 상상의 방이라고. 진짜 제니는 오래전에 아빠, 집, 돼지와 함께 죽어 버렸으며 이것은 모두 죽어 버린 제니의 머릿속에 고여 있는 꿈의 일부라고. 혹은, 이 모든 것이, 아빠, 집, 돼지, 그리고 제니와 꿈, 죽음까지도 누군가의 상상일지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