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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5호 : 일

한편 5호 : 일

민음사 편집부 (엮은이)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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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5호 : 일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한편 5호 : 일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학회/무크/계간지
· ISBN : 9788937491450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1-05-17

책 소개

《한편》은 새로운 세계를 새로운 세대가 탐구한다. 새로움을 정확하게 포착하기 위한 선택은 ‘당사자성’. 민음사에서 철학, 문학 교양서를 만드는 젊은 편집자들이 원고를 청탁하고,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 글을 쓴다.

목차

5호를 펴내며 쓸모 있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김수현 개미투자자가 하는 일
배세진 동학개미, 어떻게 볼 것인가
조해언 젊은 플랫폼노동자의 초상
최의연 노동자의 밤에 일어나는 일
홍태림 예술은 노동인가?
함선유 돌봄을 정당하게 대우하라
임안나 일자리를 따라 이동하기
강민정 과로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최하란 직장에서의 셀프 디펜스
최수근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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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관둘 수가 없는 게, (투자로) 제가 일한 것에 대비해서 굉장히 쉽게 돈을 벌 수 있어요. 아니, 이걸 쉽게 번 게 아니고, 바꿔 말하면 제가 가치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거예요. 풀린 돈은 굉장히 많고, 돈은 흔한데, 저는 예전과 똑같이 일해서 같은 돈을 벌잖아요, 이건 가치가 떨어진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날 불로소득은 가진 자가 아닌 가지지 못한 자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서 반드시 추구해야만 하는 가치가 되었다. 그리고 불로소득은 공동체의 손가락질 대상에서 계급 상승을 위한 마지막 희망의 서사로 탈바꿈했다. 불로소득은 청년세대의 새로운 꿈이 되었다.
─ 김수현, 「개미투자자의 일」

노동하는 개인으로서의 ‘나’는 나의 노동을 통해 타자와, 더 나아가 세계와 관계 맺는다. 그런데 이러한 관계 맺음의 매개인 ‘나의 노동’은 내가 생산한 노동생산물로서의 상품, 더 나아가 화폐이며, 이 화폐가 나의 존재와 인식을 거꾸로 뒤집어 지배하고 세계 또한 거꾸로 뒤집힌 모습으로 형성하고 유지한다. 이것이 바로 화폐의 물신숭배적 권력이다. 화폐는 주식이라는 투자를 통해서든 심지어 도둑질을 통해서든 더 많이 가져오면 그만인 어떤 고정된 외부의 물체가 아니다. 그 권력이 우리에게 시사하듯, 화폐는 노동으로 형성된 관계 그 자체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이 아니라 주식투자를 통해, 소액주주의 자격으로 자본의 ‘파트너’가 됨으로써 돈을 벌 수 있다면 모두가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세상이 도래하게 될까? 그렇지 않다. 화폐를 창출하는 것은 노동이기 때문이다. ‘쥐꼬리’라는 표현이 드러내듯 노동소득이 없느니만 못한 수준으로 전락해도 노동이 화폐를 만든다는 점은, 그러니까 결국 자본이 아니라 노동이 사회의 근간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 배세진, 「동학개미, 어떻게 볼 것인가」

“제가 향수가 갖고 싶어서 일을 했는데, 그게 7만 원이었어요. 하루 일하면 살 수 있는 거니까……. 돈의 기준이 거기 맞춰져요. 내가 사고 싶은 물건에 기준이 맞춰지는 거예요.”
당장 다음 날 입금되는 돈을 받고 나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일이 ‘게임 같다’고 말한다. 그에게 PDA 단말기는 일을 편리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조력자며, UPH 지수는 게임의 퀘스트 같은 것이다. 또한 그는 ‘칼같이 깔끔하게 들어오는 급여’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다른 알바와 차별화되는 쿠팡의 ‘최고 장점’이라 말한다. 퀘스트를 완료한 플레이어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은 게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 조해언, 「젊은 플랫폼노동자의 초상」

예술노동론은 예술과 노동이 일대일로 환원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노동이 예술의 일부라는 측면에서, 즉 노동은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에서 예술과 노동의 관련성을 인정한다. 따라서 예술노동론은 정부의 대가 제도 수립을 긍정하는 입장에 속할 수 있다. 그동안 예술노동론이 작동한 순간들 또한 주로 정부의 불충분한 대가 제도 및 그 수립 과정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간헐적으로 이뤄질 때였다. 지금까지 예술노동론은 예술은 노동이라는 주장과 예술은 노동이 아니라는 두 가지 주장을 상호 보완하기보다는, 대가 제도의 도입과 개선이라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에 더 무게를 두어 왔던 셈이다.
─ 홍태림, 「예술은 노동인가?」

나의 학위논문은 아이과 함께 자라났다.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쯤부터 아이돌보미가 여섯 시간씩 우리 집으로 찾아와 아이를 돌봐 주셨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전에 학업을 마치고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이돌보미 덕분에 돌봄을 연구할 시간을 번 셈이다.
아이돌보미가 아이를 돌봐 준다고 하면 주변의 흔한 반응은 아이가 딱하다는 것이었다. 아이는 무릇 엄마가(또는 할머니가) 사랑으로 키워야 하건만, 돈을 주고 거래 관계에 있는 ‘남’에게 맡기는 게 안타깝다고 한다. 그런데 동시에 아이돌보미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시간당 만 원이 넘는다는 걸 들으면 깜짝 놀란다. 너무 큰 비용이라고 한다. 모순적이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감히 값을 매길 수 없고 거래할 수 없는 고귀한 일이라는 인식이 있는 한편, 실제 그 일을 하는 이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대부분 매우 낮게 예상한다.
─ 함선유, 「돌봄을 정당하게 대우하라」

필리핀과 이스라엘 사이의 노동 이주는 공식적으로는 양국의 이주 정책과 에이전시에 의해 구조화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행위자들의 관계를 기반으로 형성된 연결망이 합법과 불법, 공식과 비공식의 경계를 교차하면서 이주의 경로를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는 단순히 이윤 창출을 위해 이주자에게 이주의 기회를 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에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이주 위험을 감소시키는 사회적 자본이자 이주연결망의 교점으로 기능한다. 루시는 비록 비싼 이자와 함께 빌린 돈을 갚아야 했지만, 에디가 친한 친구의 친척이며 동향 출신자라는 사실에서 신뢰감을 가졌으며, 자신의 이스라엘 이주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험난한 이주 여정의 ‘안내자’로 여겼다.
─ 임안나, 「일자리를 따라 이동하기」

한국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성인의 평균적 하루는 대략 이렇다. 수면, 식사 등 생리 현상을 위한 생활시간이 11시간, 일 관련 시간 8시간, 가사시간 2시간, 자유시간 3시간. 한 사람의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은 자유시간의 양과 질에 좌우된다. 이러한 자유시간의 확보 여부는 생존을 위해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생활시간을 빼면, 24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점유한 일 관련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이 시간을 줄이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는데도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라이프스타일이 바로 ‘과로’다.
─ 강민정, 「과로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아마 셀프 디펜스보다 호신술이라는 단어가 친숙할 것이다. 하지만 그 말에서 흔히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이나 업어 치기, 관절 꺾기 같은 싸움의 기술을 떠올릴 것이다. 셀프 디펜스의 기원은 과거의 무술이지만 현대에는 따로 발전하는 새로운 장르다. 현대 이전의 셀프 디펜스는 대개 두 종류였다. 첫째는 결투, 즉 갈등이 생긴 두 사람(대부분 두 남자)이 목숨을 걸고 무력으로 대결해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고, 둘째는 귀족이나 상인의 신변과 재산을 지키는 호위 무사들의 무력 활동이다. 비무장의 일개 시민, 심지어 사회적 약자가 자신을 스스로 지킨다는 관점은 지극히 현대적인 발상이다. 이것은 1930년대 유럽에서 비로소 실전에 등장했고 이후 중동과 북미를 거쳐 1970년대부터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 최하란, 「직장에서의 셀프 디펜스」

사람들은 실제적 보상 없이 거대한 명분만으로 일을 지속할 수 없다. 나는 한국어 교육을 움직이는 힘을, 그 일을 실제 담당하는 사람들이 겪는 성장과 보람, 그리고 사회경제적 대우의 차원에서 찾고자 한다. 한국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동안 선생과 학생들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 과정에서 어떻게 성장하는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노동의 값어치를 어떻게 경험하는가. 사회경제적으로 안정을 얻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보람을 넘어선 노동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가능할까.
─ 최수근,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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