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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학회/무크/계간지
· ISBN : 9788937491535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2-05-13
책 소개
목차
8호를 펴내며 좋은 콘텐츠 생산하는 법
이솔 산만한 나날의 염증에 관하여
콘노 유키 핫플레이스의 온도
김윤정 귀여움이 열어젖히는 세계
신윤희 아이돌 팬이라는 콘텐츠
천미림 범죄물을 대하는 자세
허지우 “그거 이차가해 아닌가요?”
장유승 조선 사람이 선택한 콘텐츠
조영일 콘텐츠 시대의 예술작품
정민경 ‘되는 이야기’ 만드는 법
김찬현 막힌 곳을 뚫는 과학
참고 문헌
지난 호 목록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콘텐츠는 무언가가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그것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콘텐츠는 밈적인 방식으로 무언가를 클리셰화함으로써 그것의 가치를 만들어 낸다. 어떤 언어적 표현이나 몸짓, 나아가 어떤 대상 내지 인물, 실제적이거나 비실제적인 모든 것이 그런 복제의 대상이 된다.
─ 이솔, 「산만한 나날의 염증에 관하여」
핫플레이스는 감상자에게 목적 없는 목적지, 그러니까 일상을 떠나거나 반대로 내 일상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 주는 공간, 그러나 장소보다는 볼‘거리’로 지나가는 일시적 공간이다. 실제로 보고 몸소 경험할 때 발생하는 마찰을 누그러뜨리는, 매끈한 평면 공간. 핫플과 거기에서 촬영한 사진은 ‘강 건너 불구경’ 하기에 적합한 매체다
─ 콘노 유키, 「핫플레이스의 온도」
귀여움은 강력한 느낌이다. ‘귀엽다’고 느끼게 되었을 때 내가 그와 맺고 있는 관계의 형태는 달라진다. 귀여움은 무관심의 벽으로 분리되어 있던 세계에 균열을 낸다. “귀여워라는 말이 나온 순간 빼도박도 못하는 거지. 그 순간 아, 나 망했구나, 인생 저당 잡혔구나 싶은 거지.” 하진의 설명은 귀여움이 만들어 낸 균열이 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낸다.
─ 김윤정, 「귀여움이 열어젖히는 세계」
정체성의 표현은 솔직하고 때로는 적나라하기도 하며, 갈등을 유발하기도 하기에 팬덤은 매혹적이면서도 때때로 나를 좌절시킨다. 나는 팬이자 연구자로서 그런 순간을 자주 마주했다. 미디어학자 헨리 젠킨스는 “결국 팬덤은 매혹과 좌절이 균형을 이룬 지점에서 생겨난다.”라고 했다. 나는 팬덤에 매료되고 그 문화적 가능성에 가슴 설레면서도, 동시에 팬덤의 한계를 느끼거나 팬덤이 오해받아 잘못 이야기될 때의 좌절 사이에서 연구한다.
─ 신윤희, 「아이돌 팬이라는 콘텐츠」
실제 사건을 다루는 작품이 모두 나의 흥미를 끌지는 않는다. 어떤 작품들은 범죄에 노출되었던 나의 기억을 떠올려 괴롭게 하고, 또 어떤 작품들은 실제 사건에 대한 창작자의 무신경함이 분노를 치밀게 한다. 그럼에도 내가 여전히 범죄 콘텐츠를 좋아하고 앞으로도 범죄를 소재로 한 작품이 계속 창작된다면 이는 우리가 예술을 통해 인간의 민낯을 발견하고 도덕적 감각을 일깨울 수 있기 때문이다.
─ 천미림, 「범죄물을 대하는 자세」
한 작가에 대한 SNS상의 고발이 이뤄지면 수용자들의 마음속에 법정이 세워진다. 마음속 가상의 검사가 고발문에 따라 증거를 제출하고 가상의 변호인이 반박문에 따라 변론한다. 개념을 적용할 때에는 맥락이 중요한 만큼, 법정의 언어를 가져온다면 법정에 빗대어 맥락을 배치해야 개념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마음속의 법정에서 변호인의 출석을 금지했을 때 그 법정에서 나온 판결을 신뢰할 수 있을까?
─ 허지우, 「“그거 이차가해 아닌가요?”」
소설은 독서와 거리가 멀었던 여성과 하층민을 독자로 끌어들였다. 제아무리 권선징악으로 포장한들 독서인을 자기 정체성으로 삼은 사대부들의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소설이 가장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리니 자제들이 읽지 못하게 해야 한다.” 다행이라면 비판에 그치고 적극 단속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설의 유행은 일제 강점기까지 계속되었다. 방각본과 소설은 관 독점의 출판에 균열을 일으켰다. 독서 인구의 증가에 기여한 공로도 과소평가할 수 없다.
─ 장유승, 「조선 사람이 선택한 콘텐츠」
러닝 타임은 결코 자의적으로 조절해서는 안 되는 절댓값인 셈이다. 그렇다면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왜 그런 기능을 굳이 집어넣은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를 말할 수 있겠지만, 간단히 말하면 예술 작품이기 이전에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콘텐츠는 향유의 대상이 아니라 소비의 대상으로, 소비에서 중요한 것은 가속이다. 20세기가 무의식을 발견한 감속의 시기였다면, 21세기는 데이터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가속의 시대다.
─ 조영일, 「콘텐츠 시대의 예술작품」
‘얘기가 되는 것’은 세 가지를 포함해야 한다. 시간적으로 적절하고,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으며, 다루는 사안에 대해 특정한 관점을 갖게 할 만한 것. 첫 번째 정의는 ‘새로운 것(new+s)’을 뜻하는 뉴스콘텐츠의 핵심이고, 두 번째 조건인 독자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것도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어 보인다. 세 번째로 특정한 관점이 있는 이야기라고 해서 꼭 그 관점이 하나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여러 관점을 펼칠 수 있을 만한 주제를 건드리면 된다. 기자는 이런 조건들을 갖춘 얘기를 캐내 와야 한다. 매일매일.
─ 정민경, 「‘되는 이야기’ 만드는 법」
「돈 룩 업」이 그린 것처럼 여러 배경을 지닌 사람들 간의 소통 단절이 현실에도 존재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함께할 사람들, 사람들과 함께 나눌 이야기가 필요하다. 기후위기를 스스로 잘 알고, 공부하고, 주변 사람에게 알리자는 목표에 공감하는 커뮤니티를 꾸려야 한다.
─ 김찬현, 「막힌 곳을 뚫는 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