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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37834387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13-11-10
책 소개
목차
Pre-Report: 우리가 여행을 떠나기 전의 일
Report 01: 고스케
Report 02: 요시미네
Report 03: 스기와 지카코
Report 3.5: 마지막 여행
Report 04: 노리코
Last Report
리뷰
책속에서
사토루는 정말 미안하다는 듯이 내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괜찮아,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이렇게 돼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나는 도리를 아는 고양이야.
“너를 보낼 생각은 없었는데.”
인생이란 게 그리 녹록지 않지, 나는 묘생이지만.
사토루와 못 살게 된다 해도 어차피 나는 5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다리에서 뼈가 튀어나왔던 그때, 상처가 다 나아서 그대로 안녕하고 나갔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조금 공백이 있긴 했지만, 내일부터라도 길고양이로 돌아갈 수 있어.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잃기는커녕 나나라는 이름과 사토루와 산 5년을 얻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미안한 표정 짓지 말라고.
고양이는 자신이 처한 운명은 뭐든 엄숙하게 받아들이거든.
지금까지 유일한 예외는 다리가 부러졌을 때 사토루를 떠올린 것뿐이야.
이 여행이 시작되지 않았더라면 평생 실물을 보는 일도 없었을 거다. 나의 세계는 사토루의 방을 중심으로 극히 좁은 범위에 한정되어 있어서. 고양이의 지역구치고는 뭐 그럭저럭 넓지만, 이 세상의 광대함에 비하면 너무나도 보잘것없다. 세상에는 고양이가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하고 끝나는 풍경 쪽이 훨씬 많다.
이봐, 사토루.
여행이 시작된 뒤 사토루가 자란 마을을 두 군데 보았어. 농촌을 보았어. 바다도 보았어.
앞으로 우리 이 여행이 끝날 때까지 또 어떤 풍경을 함께 볼 수 있을까?
자, 가자. 이것은 우리의 마지막 여행이다.
마지막 여행에서 멋진 것들을 잔뜩 보자. 얼마나 멋진 것을 볼 수 있는가에 우리의 미래를 걸자. 칠 자 모양을 한 내 갈고리 꼬리는 지나가며 만나는 멋진 것들을 전부 긁어모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