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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9221864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10-08-20
책 소개
목차
제1부
새
유용
교감
눈
무게
육탈
영정
후광
임종
설탕
이슬
고슴도치
제2부
묘미명
푸른불빛
붓
곰팡이
때
땅
구멍
두엄
그 옆에
물방울
저녁
주검
기러기
맨발
제3부
2100년, 호모사피엔스의 유언
병
6월
상처
겨울
숨
사잣밥
공간
빈방
제4부
물수제비
징검다리
몸
밥
진화
시심마
자연사
휴일
장다리
제5부
굿바이
길
백팔 배
다비
바람이 나에게 전하는 말
평생
욕창
애액
첫날밤
호사
욕지기
묵언
개구리
살
제6부
거짓말
무서리
살인빤스
단 하루라도
파리
밤바람 소리
발문 유용주
시인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새의 그림자가 길게 끌고 가는 것은 누구일까//땅거미가 야금야금 갉아 먹는 것은 무엇일까//붉은 옷의 승려가 사는 서녘에서는//마지막 시체가 연기를 피워 올리고//떠난다거나 다시 돌아온다는 것도//이미 먼 세상의 일이다//서른세 번, 망자를 거두는 종이 울리면//어렵사리 네가 붙잡은 나마저 사라진다 (「저녁」 전문)
해발 4천 킬로가 넘는 히말라야 산길에서/맨발을 만났다./어림잡아 일흔이 넘는 노구와/또 어림잡아 십 킬로는 넘는 곡식푸대 걸망을/할머니의 맨발이 버팅기면서/경사 가파른 바윗길을 잘도 걷고 있었다./내 운동화가 맨발을 뒤따르는데,/갑자기 맨발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변산반도 곰소 앞바다 숭어 떼가 나타났다./때마침 멸치잡이 배를 뒤따라온 숭어 떼가/철퍼덕, 철퍼덕, 힘차게 꼬리 치는 소리까지 들렸다./맨발은 이미 세상 밖으로 떠나갔으리라./맨발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곰소 앞바다에 가서/숭어 떼에 섞여 힘차게 유영하고 있으리라./어느 순간 나도 세상 밖으로 떠나가고, 맨발과 함께/숭어 떼가 되어 해발 4천 킬로의 바윗길을/철퍼덕, 철퍼덕, 힘차게 꼬리 쳤다. (「맨발」 전문)
태어나 첫 숨을 들이마실 때에도/첫 숨만큼 나는 죽었다.//날아라 새들아 푸른…… 일곱 살 푸르른 때도/십 분의 얼마만큼 나는 이미 죽었다.//여자의 알몸을 처음 대한 스무 살에, 맙소사/깊이 사정을 한 것은 벌써 죽음이었다.//서른에는 아이도 태어나고, 마흔에는 징역도 가면서/참으로 열심히 나는 죽었다.//히말라야에 갔던 쉰, 장가계에서 사진 찍은 예순 후로/나는 내가 죽었다는 것마저 잊었다. (「자연사(自然死)」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