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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2248671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3-10-27
책 소개
목차
월행月行
어허라 달궁
다시 月門里에서
사람의 향기
아름다운 얼굴
늙은 창녀의 노래
경외성서
상처와 자기혐오에서 피어난 꽃/진형준
작가연보
책속에서
나는 무심코 뒤를 돌아다보았다. 무언가, 향기가,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맡아보지 못했던 어떤 향기가 있는 듯 없는 듯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 어쩌면 그 향기는 저 불빛들 중의 한 곳에서 스며나오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저 불빛들 전체가 하나의 향기가 되어 나에게 스며오는 것인지도.
어쭙잖게 고백하건대, 십 년 가까이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못한 채 거의 절필 상태에서 지내다가 가까스로 다시 시작할 작정을 하게 된 것은 바로 아름다움 때문이다. (……) 그렇다. 나에게 있어서 자신의 삶이란 평탄하기는커녕 고작해야 자기혐오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나는 마치 욕지기처럼 치밀어 오르는 어떤 혐오감 없이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지 못했다. (……) 어떻게 보면, 나에게 아름다움이나 자기혐오란 결국 같은 의미였는지 모른다.
‘이건 바로 내 이야기 아닌가!’ 어떤 소설은 나보다도 형편없는 개차반 인생이 바로 그 개차반 인생을 그것도 무슨 자랑이라고 중언부언 늘어놓고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것은 바로 그 개차반 인생이 그런 이야기로 작가가 되고, 그리하여 당당하게 세상에 끼어들었다는 점이었다. 문학이 그런 식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자신이 있었다. 당시 내가 이해한 문학은 내가 세상에 끼어들 수 있는 일종의 문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