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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9222144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13-12-30
책 소개
목차
1부
밀물결 오시듯|노간주나무 약전|바위 닮은 여자들|그 아픔 환하게 버즘나무처럼|사스레피나무 사내|우수영 장날|끔벅끔벅|그리운 금강|개옻나무 종만이|망둥이가 살아 있다|김 씨네 집안 한 볼때기 사건|씨팔|촌놈|김 기사 그놈|서울놈들|엄마는 고양이|조또새|시야 너는 나랑 압해도 가자|오월 어느 날이었다|목련 음성
2부
피어버린 꽃에는 안 보이는 떨림이|꼴린다|21세기 학교 괴담|점심시간을 희롱하다|까불까불|조경남이들|개조개 유왕이|환장하겠다|샤프 장사꾼|은닉|웃음꽃|토 생원|감염|박세화|내 마음의 목련 꽃|미친 교실|왕따|오늘 나는 안심이에요|향기로운 똥끝|새끼 소와 아이들
3부
내가 보듬어본 향기들|서어나무 무사|여울 근처 여름 숲에서|은행나무, 겨울 허공에 눕다|달개비 순정|첫가을 바람|도토리들|돌돌 말린 나뭇잎들|오래 견딘 한줄금|구월의 회산연꽃방죽|산동은 우울하다|거개마을|산길|꽃나무를 이해하고 왔다|월하향(月下香), 이 여자|숨겨놓은 꽃등이 환해졌다|뼈저린 전설|화려찬란무당거미|간격이 있네|널 주려고|쌍계사 진달래
해설 임동확|시인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 편집자가 꼽은 시
밀물결 오시듯
바다 저쪽 아득한 곳에 어머니가 계셔서
자꾸 이불 홑청을 펼치시는 것이다
삼동에 식구들 덮을 이불 꿰매려고
여동생들을 불러 모으고 그래도 손이 모자라던 때의 저녁 바람이
내 쪽으로 밀려나오며 선득선득 발목에 닿는 것이다
물결 잔잔해지기를 기다려
바다는 저쪽 어귀부터 차근차근 제 몸을 꿰매기 시작하는데
바느질에 갇힌 어머니 한숨이 솜이불에 남아서
겨우내 우리 몸은 포근하였던 것
그 많은 날들을 잠들 수 있었던 것
숭어 몇 마리 뒤척이는 밤 개펄을 깔고 밀물결 덮고
바위 닮은 여자들
물기만 살짝 젖어도 반짝이는 조약돌이었던,
그 좋은 한때가 벌써 오래 전에 졸졸 흘러가버린
여자들 대여섯이 계곡물에서 텀벙댄다
나는 아들만 일곱을 낳았어 이년아!
일곱이면 뭘 해 영감도 없는 것이?
까르르 웃음보 터지고 물방울들 바위를 구른다
아직도 그렇게 반짝이던 생이 남아 있을라나?
바위를 닮은 여자들 가랑이 사이에
검푸른 이끼가 끼어버린 여자들이, 풍덩
뛰어들면 금세 거무튀튀해지는 바위들이 계곡에서
삼겹살에 상추쌈에 대두병 소주를 맛나게 마시고 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날리거나 말거나
아카시아 숲 속으로 꽃마차가 달리거나 말거나
보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 바위들이 낮술에 취해
물속에 가랑이를 터억 벌리고 누워 있다
영감 그거 있어봤자 성가시기나 하지 뭘 해?
그래도 등 긁어주는 건 그놈뿐이여 이년아!
향기로운 똥끝
기세 좋은 가이즈까 향나무를 보았다
기차가 이젠 안 다니는 철둑길 옆이다
(폐교된 학교 정원이라 해도 괜찮다)
몇 년째 내버려진 향나무 몇 그루가
정원사의 가위질 없이도 잘 살고 있다
활개를 치고 있다는 느낌이 팍, 들었다
제멋대로 잘 크고 있다는 자신감이었고
펄펄 힘이 살아 있는 그런 쾌활한 태도였다
허공을 향해 뻗쳐오르는 팔다리들은
아가의 똥끝처럼 응까, 하고 향기로웠다
애초에 사람들이 향나무라 부른 까닭이다
결국엔 향나무의 뾰족한 그 끝을 주목한다
아이의 똥꼬에서 막 떨어져 나온 똥
끝에 신선한 날것과 수많은 서성거림이
어딘가로 뻗어나가려는 허공들이 날름거리며
무구한 시간과 함께 몸부림치고 있다 끄응,
혼신의 힘으로 밀어낸 뒤 엄마를 돌아다보는
저 향나무 소년은
학교 정원이나 철둑길 가에서 쩔꺽쩔꺽
둥글게 가위질당하기 오래전, 나무의
잃어왔던 그것, 똥끝을 되찾은 거다
꿈틀꿈틀 저의 향기로운 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