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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9222267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14-10-13
책 소개
목차
제1부 진경(珍景) | 붉은 담쟁이 | 우주의 신발 | 미음 끓는 저녁 | 혼수 | 반 뼘 | 똔레삽 호수 | 코스모스 횟집 | 홀딱새 | 채송화 | 나를 울린 마라토너
제2부 탄식 | 빙어 | 세족례 | 텃세 | 수목장 | 문전성시 | 불가촉천민 | 당귀밭에서 |은유적 생 | 강정 | 조천(朝天)에서
제3부 꿈결에 시를 베다 | 필사적 필사(筆寫) | 팔삭둥이 수선에게 | 노안 | 욕타임 | 파일럿 | 통한다는 말 | 낌새 | 부적 |적멸궁에 들다
제4부 섬 | 몸국 | 바닷가 늙은 집 | 방명록 | 명진스님 왈 | 금강경을 읽다 | 벼락지 | 시캬 | 아버지의 헛기침 | 올레, 그 여자 | 사재기 전모
제5부 고해성사 | 첫사랑 | 개화 | 뒷감당 | 명판결 | 시집 코너에서 | 늙은 누룩뱀의 눈물 | 귀머거리 연가 | 목숨 | 어떤 말 | 유산 | 내 시의 출처
발문 임옥상 | 시인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 편집자가 꼽은 손세실이아의 시
코스모스 횟집
자연산 횟집 물고기의 주둥이는 죄다 기형이다
희고 뭉툭하다 난바다에 두고 온 것들 잊지 못해
강화 유리를 향해 전력 질주한 탓이다 사나흘 미친 듯
치받고 날뛴 후에야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온순해진다는
그리움이라는 수조에 갇혀 돌진하던 시절 있었다
오래 전 일이라 여겼으나 여전히 우둘투둘하다
통점투성이다 이것들 모 하나 없이 무뎌지려면
깊고 푸른 심해를 몇 겁이나 거슬러야 하는 걸까
까무러쳐야 하는 걸까
저기 오체투지로 해안에 이른 몽돌과
바람의 집
사슴벌레의 길
황조롱이 둥지
말끔히 비워내고 불구(佛具)가 된
개살구나무 목탁의 목피를 보라
숨구멍 하나 없다 무난하다
자식 버리고 팔자를 세 번이나 고쳤다는
횟집 여자 관상이 예사롭지 않다
도마 위 광어 미동도 없다
나를 울린 마라토너
다시 태어나도 아빠와 결혼하겠느냐는
아이의 질문에 한참을 묵묵…… 하다가
다른 건 몰라도 너랑은 만나고 싶어
에둘러 답했더니
자긴 안 된다며 난감해한다 이유인즉
이 십여 년 전 출전한 마라톤 대회에서
있는 힘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란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자
우승 부상이 엄마인 이유로
필사적 질주 끝에 월계관은 썼지만
그 후유증으로 아직까지 숨이 차고
무릎도 써금써금하다며
이런 몸으로 재출전은 무리라 너스레다
만일 선두자릴 내주기라도 한다면
그땐 엄마와는 남남일 거 아니냐
장남삼아 낄낄대다가 돌연 정색하더니
그럴 바엔 차라리
지구별에 다시 오지 않는 편이 낫겠다며
끝내 눈물바람이다
예상치 못한 뜨거운 고백에 울컥해져
이 풍진 세상에
여자의 몸으로 와
여자를 낳은 일이야말로
내 생애 가장 잘한 일이라고
다만 속으로 속으로만 되뇌는
올레, 그 여자
숨을 데가 필요했던 게지
맺힌 설움 토로할 품이 필요했던 게지
절대가치라 여겼던 것들로 부터
상처받고 더러는 깊이 배신당해
이룬 것 죄다 회색도시에 부려 놓고
본향으로 도망쳐와
산목숨 차마 어쩌지 못하고
미친 듯 홀린 듯
오름이며 밭담 이정표 삼고
바닷바람 앞장세워 휘적휘적 쏘다니다
설움 꾸들꾸들해질 즈음
덜컥 길닦이 자청하고 나선 여자
처처 순례객들 길잡이가 된 여자
그러다 정작 자신만의 오시록한 성소 다 내주고
서귀포 시장통 명숙상회 골방으로 되돌아온 여자
설문대할망의 현신이니
여전사니 말들 하지만
알고 보면 폭설 속 키 작은 홑동백 같은 여자
너울 이는 망망 바다 바위섬 같은
그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