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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5686454
· 쪽수 : 127쪽
· 출판일 : 2015-06-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황홀한 광경
얼음 호수
기차를 놓치다
초경
그대, 변산에 가시거든
좆 같은 세상
밥상에 올려진 시
풍장
노안성당 은행나무
생불을 낳다
선산에 오르다
곰국 끓이던 날
씨앗의 본분
한라산
장단마을 김씨
물오리 일가
제2부 가혹한 쓸쓸함
갠지스강, 화장터
곰소댁
체(滯)내는 여자
늙은 호박
오른쪽이 왼쪽에게
인사동 밭벼
시를 버리다
갈참나무에게 절하다
퇴원하던 날
말복
살을 섞는 일이란
마흔
별
백석을 만나다
두모악에 전하는 안부
봉안터널
제3부 숨겨둔 사랑
후회
합장(合葬)
'다람쥐 쳇바퀴 돌린다'는 말
까막눈
고장난 문
틈새
베옷을 입다
악어새
명함
다비식
장생포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욕
산수유 마을에서 일박
대화
다시 쓰는 시
제4부 오래된 상처
덕적도
타지마할
장미를 노래하고 싶다
쑥갓꽃
고봉산 뼈무덤
압점
똥詩
자리젓
저문 산에 꽃등 하나 내걸다
발문 / 방민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좆 같은 세상
연변작가 초청 행사를 마치고 우르르 몰려간 남북횟집, 소설 쓰는 리선희 주석이 본국에서 가져온 술을 꺼내 따르더니 답례주라며 한 입에 탁 털어 넣으란다 혀끝에 닿기만 해도 홧홧한 65도의 술을 요령 부리지 않고 받아 마신 우리 측 작가 몇은 이 차도 가기 전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투항했는데 환갑이 낼모레인 이 아무개 시인도 예외는 아니었던지 취기에 휘청이며 딱히 누구에게 랄 것 없이 중얼거린다 "사는 게, 사는 게 말이지요. 참, 좆 같습니다" 고단하다 팍팍하다도 아닌 좆이란다 하고많은 것 중에 하필 좆 같단다 쓸쓸하기 그지없다
이튿날 대관령을 넘어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마침 밥 때가 되어 꿩만두 요리로 소문난 문막식당에 가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통유리 너머 마당에서 수놈 시추 한 마리가 발정난 거시기를 덜렁거리며 암놈 시추 꽁무니를 하냥 뒤쫓고 있다 간절하고 숨찬 열정이다 뒤집어 생각하니 좆이란 게 죽었나 싶으면 어느새 무쇠 가래나 성실한 보습으로 불쑥 되살아나 씨감자 파종하기 좋게 텃밭 일궈놓는 짱짱한 연장 아니던가 세상살이가 좆 같기만 하다면야 더 바랄 게 무에 있겠는가 그 존재만으로도 벌써 엄청난 위안이며 희망이지 않은가
연인의 자궁 속을 힘껏 헤엄쳐 다니다 진이 빠져 땅바닥에 퍼져버린 수놈의 축 늘어진 잔등을 암놈이 유순히 핥아주고 있다 하, 엄숙하고도 황홀한 광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