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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의 노동자여

만국의 노동자여

(개정판)

백무산 (지은이)
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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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의 노동자여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만국의 노동자여 (개정판)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9230026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14-07-10

책 소개

197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하여 노동자로 일하다가, 1984년 <민중시 1>에 '지옥선'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백무산 시인의 첫 시집이자 한국 노동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집인 <만국의 노동자여>가 출간 26년 만에 실천문학사에서 개정판으로 새로 선보인다.

목차

개정판 시인의 말

제1부 노동의 밥
노동의 밥|장작불|노동의 추억|노동의 근육|에밀레 종소리|공사장에서 만난 고향 친구|민들레|사랑 노래|종이 집|저녁기도|그해 크리스마스|지옥선 1|지옥선 2|지옥선 3|지옥선 4|지옥선 5|지옥선 6|지옥선 7|지옥선 8|지옥선 9

제2부 해방 공단 가는 길
봄|취업 정보지를 보며|김포국제공항|친구와 새벽별|戰死|취락 구조 정비 전투|경찰은 공장 앞에서 데모를 하였다|파업|비|공구와 무기 1|공구와 무기 2|공구와 무기 3|공구와 무기 4|전진하는 노동 전사|만국의 노동자여|해방 공단 가는 길 1|해방 공단 가는 길 2|해방 공단 가는 길 3

제3부 어머니 말씀
강|태화강|바다|항해|어머니 말씀|그해|다시 고향에서 부른 노래|고향 타령|무덤을 찾아서|까마귀|새벽안개|목숨|포플러 잎이 피면|성지|우리의 가슴이 붉어지기 전에는 진달래꽃은 피지 않는다|기차를 기다리며|길림에서 온 편지|만주 이모 1|진양조 |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

제4부 온산 공해 단지에서
너꺼무떠거랄|먹이사슬|처용가|흉어제 1|흉어제 2|숭어|온산 뱃노래|가르치는 것이 싸우는 것이라면 싸우는 것도 가르치는 것이리라|성문 밖 그대의 목숨 곁으로

해설 김형수|시인의 말

저자소개

백무산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55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1984년 『민중시』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만국의 노동자여』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인간의 시간』 『길은 광야의 것이다』 『초심』 『길 밖의 길』 『거대한 일상』 『그 모든 가장자리』 『폐허를 인양하다』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등이 있다. 이산문학상, 만해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오장환문학상, 임화문학예술상, 대산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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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 편집자가 꼽은 백무산의 시

노동의 밥


피가 도는 밥을 먹으리라
펄펄 살아 튀는 밥을 먹으리라
먹은 대로 깨끗이 목숨 위해 쓰이고
먹은 대로 깨끗이 힘이 되는 밥
쓰일 대로 쓰인 힘은 다시 밥이 되리라
살아 있는 노동의 밥이

목숨보다 앞선 밥은 먹지 않으리
펄펄 살아 오지 않는 밥도 먹지 않으리
생명이 없는 밥은 개나 주어라
밥을 분명히 보지 못하면
목숨도 분명히 보지 못한다

살아 있는 밥을 먹으리라
목숨이 분명하면 밥도 분명하리라
밥이 분명하면 목숨도 분명하리라
피가 도는 밥을 먹으리라
살아 있는 노동의 밥을

지옥선 2―조선소

잠시 손을 놓으면 들린다
시멘트 바닥 아래 철썩이는 파도 소리
오색 깃발 매달고
파도의 몸짓으로 덩실대던 어부들
만선의 고깃배 들어오는 소리 꽹과리 소리
귀를 찢는 쇳덩이 떨어지는 소리
개새끼 비키란 말야 뭘 꾸물대고 있어!

아름답던 미포만 해풍에 끼룩대던 갈매기
엉덩이 까놓고 은빛 모래사장 뒹굴던 아이들
햇살에 소금편 반짝이며
치마폭 눈물 감추고 큰애기들 떠났을까
파도 소리 여전히 쟁쟁쟁 울릴까
호루라기 소리 어디로 가는 거야
씹새끼 죽고 싶어 떨어져 죽고 싶어!

어디로 가는 것인가
살자고 하는 짓인데
아름답던 작은 어촌 쇠말뚝을 박고
우리가 쌓은 것이 되레 우리를 짓이기고
가야 할 곳마다 철책을 둘러치고
비켜 비키란 말야!
죽는 꼴들 첨 봐! 일들 하러 가지 못해!

앰뷸런스 달려가고
뒤따라 걸레 조각에 감은
펄쩍펄쩍 뛰는 팔 한 짝 주워 들고
사이렌 소리 따라 뛰어가고 그래도
아직도 파도는 시멘트 바닥 아래서 숨죽여 울고

친구와 새벽별―방어진

질척이는 빗속을 걸어 네게 왔다
소주 한 병 풋과일 몇 개
저만큼 네가 다가서기를 기다리며
주저앉아 술을 따른다
일렁이는 검은 바다가 보이는 산
너를 만나러 왔다

언제나 기름때에 얼룩진 얼굴
검은 쇳가루에 가슴팍 쪼들려도
만나면 새 세상 얘기를 먼저 알고
검은 손에 시퍼런 핏발 세우던 네가
솔바람 다 자도록 오지 않는구나

어디 있느냐
어느 솔잎 끝에 매달려 마른번개 소리 듣느냐
파도의 깊은 골짜기에서 해일 소리 듣느냐
너를 위해 향불 켠 밥상머리 네 집에도
뼛가루 뿌려진 이곳에도 너는 없구나
어쩌면 네가 피 토하고 쓰러진 공장에서
아직도 핏자국을 닦으며 울고 있느냐

새벽별이 벌써 저렇게 밝아오는데
내 그림자가 내 손에 잡히면서
너는 처음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모른다
너는 나와 마주 앉지 않고
네게 따른 술을 마시지 않고
내 잔을 마셨구나
너는 내 그림자가 되었구나
네가 오지 마라 내가 가마

만국의 노동자여

무슨 밥을 먹는가가 문제다
우리는 밥에 따라 나누어졌다
밥에 따라 양심도 나누어지고
윤리도 도덕도 나누어지고
민족이 나누어지고

그래서 밥이 의식을 만든다는 것은
뇌의 생체학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인류적이고
그래서 밥은 계급적이고

밥의 나뉨은 또 식품문화적 구별도
영양학적 구별도 아니고
보편의 언어요 이념이요 과학이요 인식이다

노동자의 가슴에
노동자의 피가 흐르는 것은
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나라도
밥에 따라 다시 나누어야 한다
그래서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도
종교가 아니라 국가가 아니라
밥에 따라 다시 나누어야 한다
그래서 동서의 분단 남북의 갈라섬도
밥에 따라 다시 분단시켜야 한다

피땀 어린 고귀한 생산자의 밥이냐
착취와 폭력 수탈자의 밥이냐

그대들은 무슨 밥을 먹는가
게으른 역사의 바퀴를 서둘러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 오직
지상의 모든 노동자들이여
형제들이여!

기차를 기다리며

새마을호는 아주 빨리 온다
무궁화호도 빨리 온다
통일호는 늦게 온다
비둘기호는 더 늦게 온다

새마을호 무궁화호는 호화 도시 역만 선다
통일호 비둘기호는 없는 사람만 탄다

새마을호는 작은 도시 역을 비웃으며
통일호를 앞질러 달린다
무궁화호는 시골 역을 비웃으며
비둘기호를 앞질러 달린다

통일쯤이야 연착을 하든지 말든지
평화쯤이야 오든지 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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