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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어스

부어스

(별을 따는 사람들)

권혜린 (지은이)
실천문학사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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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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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부어스 (별을 따는 사람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9230927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21-11-22

책 소개

권혜린 소설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 제목처럼 한국의 21세기 로마족인 부어스족이 별을 따기 위해 한밤중에 순례하는 이 시대 청년들의 몸부림을 박진감 있는 문체로 잘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부어스 족은 작가가 조어한 홈리스 족이자 ‘집 주소가 미로가 된 사람들이다. 별은 집을 가르킨다.

목차

미로의 집-7
부어족과 로마족-28
달밤의 술래잡기-74
어쩌다, 청춘-113
불발탄들 -181
저녁의 탄생-218
저자의 말

저자소개

권혜린 (지은이)    정보 더보기
작가와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2.0』(공저), 소설집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0』(공저)과 장편 소설 『불가사리 전선』, 『부어스: 별을 따는 사람들』을 출간하였다. 짧은소설연구모임에서 미지의 짧은 소설들을 함께 탐험했던 근사한 시간을 더 널리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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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미로의 집
-내 집이라는 건 집 주소가 미로가 되지 않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미로. 입안에서 중얼거려 보았다. 차가 부드럽게 굴러가다가 급정거하는 것 같았다. 내 인생이 이렇게 급정거할 줄은 몰랐다. 문지방을 넘어서 세상으로 나가자마자 ‘집 주소가 미로가 되었다’라고 동사무소에 신고해야 했다. 주민등록증 뒷면에 있는 주소 변경란에 이사 간 새 주소가 아니라 ‘미로(迷路)’라고 적히는 것이다.
‘미로 등록신청서’, 단 한 장의 종이만으로도 집 주소가 미로로 바뀌다니 서류란 놀라운 존재였다.
- 이미 한 달 전에 고시원비를 더 이상 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지고 있는 책과 옷들을 몽땅 온라인 중고 카페나 동네 마켓에 팔아도 고시원비를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어제부로 파산에 이르렀다. 어제 지갑에 남아 있던 마지막 돈으로 편의점에서 전주비빔밥 맛의 삼각 김밥과 복숭아 맛 쿨피스를 사 먹었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는 게 아니라 돈이 먹어야 할 것을 골라 주었다. 들어올 대기자만 열 명 넘게 있었으므로 단 하루도 고시원에 더 머무를 수 없었다.


부어족과 로마족
-집이 침낭이 되어 버린 건 나만의 일은 아니었다. 매일의 노동으로 어깨가 굳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스크래치를 만들며 서로를 스쳐 지나갈 때, 집을 잃고 미아가 된 이들은 서울을 헤매고 다녔다. 일세 팔천 원의 고시원보다 싼 사천 원짜리 만화방과 다방에도 사람들이 벅찰 정도로 들어서고 있었다. 신종 여관이 된 만화방과 다방이 방이라는 이름만 남은 지도 오래였다. 나는 집의 레벨이 빠르게 낮아져 그 여관조차 건너뛰고 바로 집 주소가 미로가 된 셈이었다.
이 년 전, 서울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보증금 백만 원에 월 사십만 원 하는 원룸에서 살았다. 가진 돈으로는 반지하나 옥탑방에 가야 했지만 서울 생활의 시작을 든든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부렸다. 그 대가로 일 년 만에 보증금까지 까먹고 나와야 했다. 내가 문을 열고 나오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한 대학교 신입생이 원룸을 차지했다.
생각해 보면 고시원에서 살 때만 해도 호시절이었다. 중국에도 고시원과 비슷한 집이 있다고 들었다. ‘워쥐(蝸居)’라는 달팽이 집. 캡슐 집이라고도 불렸다. 병이 났을 때 판박이처럼 찍어 낸 캡슐 약을 끼니때마다 먹듯이 달팽이족, 워훈주(蜗婚族)들은 캡슐에 먹히면서 캡슐의 삶이 하루라도 단축되기를 바랄 것 같았다. 하지만 책상과 이불만 놓여 있는 캡슐 집의 문을 여닫는 동안 그곳을 나갈 수 있다는 희망도 닳고 무뎌질 것이다.
한국에 있는 고시원은 ‘계란판 집’이라고 부르면 좋을 것 같았다. 계란 크기에 맞춘 구멍들이 일정하게 늘어서 있는 계란판처럼 몸에 꽉 끼는 방들이 붙어 있으니 말이다. 몸을 부리고 나면 남는 공간이 하나도 없어서 집을 입고 산다고 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그 계란판에 억지로 몸을 구겨 넣었다가 깨진 거나 다름없었다. 깨진 달걀은 계란판에서 나온다고 해도 쓸모도 없고, 갈 곳도 없었다.

-“부어족 순례.”
“국토 순례랑 비슷한데, 우리 같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모임이라데. 돌아댕기면서 집을 구한다든데. 매달 있다고 하니 한번 가 봐라. 말일에 출발하니 시기가 딱 맞네. 니한테도 도움이 될 거다.”

“다음 소식입니다. 정부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청년 부어족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는 국제기구와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부어족 순례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결과로서…….”

-서울역 광장에는 나처럼 배낭을 멘 사람들이 많았다. 스무 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몇몇 사람들은 깃발을 들고 있기도 했다. 제일 큰 깃발에는 집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아이들에게 집을 그리라고 하면 흔히 그릴 것 같은 모양이었다. 집 그림 위에는 ‘부어스’라는 말이 한글로 적혀 있었다.


달밤의 술래잡기
- 요새 부어족이 그렇게 많다던데, 거기까지는 되지 마라.
잘되기를 기원해 주는 대신 잘못되는 것을 걱정하는 것도 엄마 마음일 터였다.
그렇게 우리는 독립 가족이 되었다. 예산을 스스로 충당하는 독립 영화처럼 각자의 예산을 충당해야 하는 독립 가족. 말은 멋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도 독립 영화와 비슷했다. 엄마의 말과 반대로 이렇게 부어족이 되어 걷고 있으면서도 엄마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철저히 독립한 셈이었다.
-걷고 있는 동안에는 휴대폰을 꺼 놓으라는 대장의 말에도 불구하고 몇몇은 쉬는 시간에 몰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걸어갈 때는 불빛이 각 조의 맨 앞 사람이 들고 있는 붉은 야광봉에서만 나왔는데 길가에서 쉴 때는 휴대폰 불빛이 점점이 흩뿌려졌다. 지상에 있는 별빛들이었다. 부어족이 된 뒤에도 연락 올 사람들이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내 휴대폰은 호수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돌처럼 고요하게 배낭 앞주머니에 잠겨 있었다. 휴대폰이 정지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연락 올 데도 없었다. 시계로도 사용할 수 없는 짐이나 마찬가지였다. 순례하는 동안에는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케이스 하나도 다 짐이라 휴대폰은 무거운 축이었다. 그래도 휴대폰을 고시원에 두고 오지 않고 기어이 배낭에 넣어 왔다. 구형 퓨대폰이라 어플 하나 실행하기 힘들어도 내 밖의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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