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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 셰익스피어

성자 셰익스피어

우영창 (지은이)
  |  
문학의문학
2010-06-25
  |  
11,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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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 셰익스피어

책 정보

· 제목 : 성자 셰익스피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43103682
· 쪽수 : 371쪽

책 소개

2008년 제1회 「문학의문학」 장편 당선작 <하늘다리>의 작가, 우영창의 장편소설. 시대의 변두리로 밀려난 한 힘없고 '빽'없는 40대 가장의 애환과 우스꽝스런 한여름 밤의 꿈, 범속한 현실의 탈출구로서 성자되기를 꿈꾸는 인간적 고뇌와 페이소스가 빚어내는 일탈의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목차

옛날에 배우
성인 연습
스타와 차 한 잔
한 지붕 세 식구
사랑으로 등극하다
노래여 그대여
한 겨울 밤의 꿈
세 번째 내리는 눈
몽과의 거리
헝겊 인형
슬픈 여배우
밀회
닭의 영혼을 거두다
비극적 티켓
영화처럼 연극처럼
무대 위에서

해설_범속한 삶으로의 트임 김병익
작가의 말

저자소개

우영창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56년 포항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증권사 여직원의 일상과 사랑을 파격적으로 다룬 장편소설 ‘하늘다리’로 ‘제1회 문학의문학 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 이후 매우 이상한 이유로 성인(聖人)이 되고자 고투하는 셰익스피어 단역배우의 삶을 다룬 ‘성자 셰익스피어’(2010년), 부패와 탐욕에 빠진 금융업자들을 표적 테러하는 ‘세계금융정의연대’ 조직원의 투쟁과 사랑을 다룬 ‘더 월’(2011년)을 잇달아 펴냈다. 11년 만에 펴내는 네 번째 장편소설 ‘배를 내민 남자’는 하층민으로 전락한 40대 가장이 가정을 재건하고 아내를 왕비로 등극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뛰는 이야기이다. 낯설게도 보이는 어눌한 문장에 한국어의 새로운 발견이 가미되며 독자들은 전혀 예측 못 한 소설을 읽게 될 것이다. 저자는, 문학은 ‘글자를 새로운 순서로 늘어놓는 것’이라며, 그 순서에 따라 인간의 감정과 사상, 그리고 사회와 세계의 다양한 얼굴이 새롭게 또 놀라운 모습으로 드러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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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 와중에도 오후나 밤 심지어 새벽 두 시(포커꾼들은 이때가 한창 끗발이 오를 때였다)에 일터로 나갔고 자발적 휴무는 3년 전 11월의 하루가 유일했다. 그날 창가에 서 있다 말고 바다를 보겠다고 아바연에서 걸어 나왔다. 동해의 밤은 적막하고 거대했다. 주방을 등지고 앉은 조한도는 새벽 세 시 이후까지 검푸른 밤바다를 응시했다. 조한도는 별 다른 걸 알아낼 수 없었다. 살아야 할 이유도 살지 말아야 할 이유도. 계산서를 보고서야 해산물의 경우 현지나 서울이나 그게 그 값인 걸 확인하고 이마를 쳤다. 다음 날 모텔의 2인용 침대에서 두리번거리며 일어난 그의 휴대폰에 부사옥의 문자가 와 있었다. ‘들어오지 마라’ 그럼에도 그날 밤 집에 들어가자 부사옥은 튼튼한 식탁에 2홉 소주와 김치 사발을 놓고 돌부처처럼 앉아 있었다. 공포의 대상, 조여 오는 불안의 근원과 맞닥뜨린 순간 조한도는 죽음의 그림자를 보는 듯했다. 그 시간은 지나갔고,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지나가지 않으면 교도소에 갇힌 죄수는 어떻게 그 시간을 견디겠는가? 그는 일회적이고 사소한 것에서 영원하고 근원적인 것을 유추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특이한 능력이었다.
_ <옛날에 배우> 중


“이왕 물 튼 거 머리까지 감고 나오지 꼬라지가 그게 뭐여.”
“나가기 전에 감을 거야.”
“으이그 더러워서 못 봐주겠네.”
“더럽다니?”
“거울 한번 봐. 꼬라지가 어떤지.”
“이따 씻을 거라 그랬잖아.”
“잘도 씻겠다.”
이만하면 일 라운드는 끝났다고 보고 조한도는 신문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방은 간이 옷장과 좁고 딱딱한 침대가 놓여 있을 뿐, 그리고 쓰잘 데 없는 물건들로 가득 찬 다락이 붙어 있을 뿐, 그저 공간이라고 불러야 합당한, 아주 좁은 장소였다.
“신문은 왜 못 끊어. 밥이 나와 쌀이 나와. 아파트 시세표나 들여다보면 뭐하냐고? 진작 팔아먹은 아파트, 그게 다시 돌아오기라도 해? 내, 아파트는 꿈도 안 꾼다. 전세 한 번 살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달마다 나가는 월세, 그거 어쩔 거여. 3개월 밀린 거 어쩔 거냐고?”
부사옥이 방탄 문에다 대고 길게 퍼부었다. 지난 여름날 아침, 아바연 고객이기도 한 신문 지국장이 새 자전거를 타고 달려와, 빛나는 그 증정품을 신규 구독자의 자제인 조진에게 수여했을 때, 부사옥도 하늘거리는 물빛 원피스 차림으로 현장에 있었다. 지금 그 사실을 환기시킨들 어떤 이득이 있겠는가? 조한도는 잠자코 신문에 코를 박았지만 글자가 어른거려 도통 읽어 내려갈 수가 없었다. 아침이면 워밍업 삼아 읊어 보는 5분 생활영어조차 따라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는 영국에 가서 햄릿을 봐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밀린 집세라. 그래, 저번에 그가 가게 세까지 미뤄가며 갖다 준 돈을 덜컥 통장에 넣더니, 우리은행이 빼갔다고 했지. ‘조심하라 했잖아.’ 그러니까, ‘아, 내가 내 돈 써서 신용불량 된 거야? 니가 사업한답시고 그 지랄해서 남 신용불량 만들어 놓은 거 아냐? 니 하나 거지 되면 그만이지 마누라까지 마트에서 콜드크림 하나 못 사게 만들어 놓을 게 뭐람. 이게 다 누구 탓이야. 그 멀쩡하던 통장을 왜 은행이 탐을 내냐고.’ 하고 도로 역정을 내었다. 그 돈 85만 원이면 두 달 치 집세 80만 원을 내고도 조진까지 세 식구가 삼거리의 ‘사또 왕갈비’에서 돼지갈비를 마음껏 뜯을 수 있었다. 참 조한도는 45세, 부사옥은 43세였다. 한 번은 ‘내가 너하고 나이가 같다’고 부사옥이 우기기에 ‘그래라’ 하고 대답해 주었다.
조한도는 이 집을 나서기 전에 거실에 걸린 대형 거울 앞에 섰다. 거울은 부사옥, 조진, 조한도 순으로 자주 이용했다. 부사옥은 두세 가지 표정을 지으며 살짝 몸을 틀어 가슴과 힙 라인을 자주 보고 조진은 눈에 힘을 준 채 이마에 주름을 잡고 머리를 이리 넘겼다 저리 넘겼다 한다. 조한도는 오늘도 차렷 자세로 서있다 이내 돌아섰다. 꼬라지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기원 원장이 이보다 멀쩡하면 기생오라비지, 그는 옷걸이에 각 지게 걸어둔 검은 외투를 잘 벗겨내 입었다. 나가면서,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변기에 앉아 있는 부사옥에게 한 마디 해주었다.
“아침마다 날 들들 볶아서 얻는 게 뭐야. 왜 날 붙들고 분풀이를 하냐고? 내가 그렇게 바보로 보여?” 그러자 부사옥은,
“내가 틀린 말 했어? 틀린 말 했냐고?” 하고 앉은 채로 대들었다. 조한도는,
“아, 참 뭐 같다. 똥이나 실컷 싸라.”하고 현관문을 쾅 닫고(이 대목에서 3층 여자가 커피를 쏟을 뻔했다) 나왔다.
“나가 죽어!” (중략)
돈뭉치를 부사옥의 발치에 던지는 건 조한도 평생의 꿈이었다.
_ <옛날에 배우> 중


조한도는 계단을 다 내려오기 전에 무서운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성인이 되리라’ 그는 그동안 수없이 마음을 다잡고, 관대한 척 때론 대수롭잖다는 듯 그녀의 맹공을 흡수하고 슬쩍 비켜가 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게을러터져 가지고’ ‘꼴에 사내라고’ ‘잘하는 게 뭐야’ 같은 한마디에 그만 무너져 내리거나 폭발하고 말았던 것이다. 매번 아무리 굳은 결심을 해도 소용없었다.
해결책은 성인(聖人)이 되는 길에 있었다. 성인의 마음만이 상처 받지 않고 부사옥의 광기를 감당할 수가 있다.
‘성인 앞에서 그녀의 악다구니는 바람처럼 흩어지고, 사나운 표정은 묶인 개가 짓는 두려움에 다름 아니며, 자기 가슴을 두들기는 자학은 잔잔한 동정을 불러일으킬 따름이라. 오, 불쌍한 여인! 그대는 잔인한 운명의 희생자요 대지의 고통 받는 딸이로다. 내게서 위안을 찾으라. 사람의 모습을 한, 네 남편처럼 보이는 나를 욕하고 헐뜯으며 괴롭히고 저주하여 마침내 가슴속 맺힌 한을 다 쏟아내고 정화되어라. 나는 가여운 그대를 받아들이리라. 여인이여, 그대는 나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라. 그대, 죄인이여!’
이것은 기원전 어느 고매한 시인의 노래인가 하시겠지만 실은 조한도의 창작품이다. 한 시절 셰익스피어 극에 수차례 출연한 바 있는 조한도가 이 정도 대사를 읊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볼 수 없었다. ‘대사는 잘 외워’ 이것이 연극계가 조한도에게 내린 당시의 평가였다.
‘성인’은 하루아침에 떠오른 생각이 아니었다. 조한도는 이 생각이 발화할 시기를 노리고 있던 차, 나날이 말씀의 거름을 주어 오던 부사옥이 오늘 기름 한 방울을 추가로 부은 것이었다. 그는 어차피 성인이 될 운명이었다. 부사옥은 그를 시험하려 이 세상에 왔겠지만, 오히려 그의 행로를 밝혀 주는 역할을 맡기에 이르렀다. 결국 부사옥은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할 한 여인으로 귀착되었다. 소크라테스의 아내가 그렇듯 또 어떤 더러운 동네의 여편네가 그렇듯 말이다. 그렇다고 그녀들이 미천한 존재는 결코 아니었다. 위대함의 영광을 밝히고자 횃불을 들고 있는 회랑의 참한 기둥들이었다.
_ <옛날에 배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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