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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43103897
· 쪽수 : 315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Ⅰ
두 나무
강변 이야기
솔바람 풍금소리
꿈꾸는 사람
소녀
조춘
추자의 별
솜사탕
좋으신 손님
어린 형제
Ⅱ
소년 시인
어깨너머로
생일
연과 연실
산
밥
어떤 결혼식
야경
노을과 장미
그분
Ⅲ
달밤
성탄절
할머니 옛날 별
사춘기
특별한 라이터
골무
모국어
옥이와 할머니
새와 조롱
엉뚱한 아이
Ⅳ
방문객
마술
삶
휘파람 소년
두 사람
장터의 여인
가타리나 수녀
유모 엄마
길 위에서
가상의 아담
이상한 촛불
책속에서
솔바람 풍금소리
“아닙니다, 사모님. 전 착한 애가 아니에요.”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는 흐느껴 운다. 그 가녀린 몸 어디에서
이렇듯 격렬한 통곡이 치밀어 오르는지 알 수 없었다.
온 집안 식구가 너무나 뜻밖의 상황에 놀라 어찌 할 줄 모르고
할머니가 간신히 진정시켜 제 방으로 데려갔다.
손님들이 돌아간 뒤에 다시 찾아온 노 부인은
빌다시피 그 까닭을 알아보려 애썼다.
“진숙아. 얘야, 제발 말 좀 하려무나. 넌 젊어서 모를 게다만
여자 마음속의 멍울이 삭지 못하면 눈이 멀게 되는 게야. 인석아.”
“할머님, 전 애를 낳았어요.”
소녀
소녀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하늘의 한 가운데에
그의 모습이 있었다. 그는 하늘의 한 점 중심이며
새파란 하늘빛은 그의 몸을 거쳐 폭포수처럼 소녀에게 쏟아져 내린다.
“난 너의 집 앞을 꼭 지나다녔어. 널 보고 싶었거든. 내년 방학에 또 올 건데 그땐 널 오토바이에 태워 줄게. 아냐. 어디라도 너를 태우고 다니겠어.
그리고 이거 내 선물로 받아 줄래?”
소녀는 말없이 머리만 끄덕였다.
“혼자 집에 갈 수 있겠어?”
소녀는 또 한 번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안녕…… 잘 있어.”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후 소녀는 그 자리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소녀는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건 마치도 화형火刑으로 죽은 아나스타샤의 침묵과도 같았다.
성탄절
“너 크리스마스에도 풍금 칠 테지? 그때 나도 성당엘 갈 거야,
그리고 끝난 다음엔 둘이서 한강교를 한 번 걸어서 건너가 보자.
그날 날이 추우면 너의 손을 나의 커다란 파카주머니에 넣어 줄게.”
그녀는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그건 송민에게만이 아니고
세상의 모든 외로운 사람에게 건네는 응답이었다.
“크리스마스 밤에 날 만나 줘. 아니 아무튼 꼭 너를 만나고 말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