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46084209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5-12-20
책 소개
목차
엄마의 저녁 인사와 나의 고뇌
마들렌 에피소드
콩브레
메제글리즈 쪽 산책
게르망트 쪽 산책
서로 통하는 메제글리즈 쪽과 게르망트 쪽
게르망트 마티네
내가 써야 할 책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책속에서
물론 내 깊은 곳에서 고동치는 것은, 그 맛에 매달려 나에게까지 오려고 시도하는 이미지, 곧 시각적 추억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먼 곳에서 너무 막연하게 발버둥 친다. 나는 휘저은 색깔들의 포착할 수 없는 소용돌이가 뒤섞이고 있는 중성적 반영을 겨우 지각할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 형태를 분별할 수 없고, 유일하게 가능한 통역자에게 하듯, 그것의 동시적 존재이자 뗄 수 없는 동반자인 맛의 증언을 내게 번역해 줄 것을, 그리고 어떤 특수한 정황, 어떤 과거의 시기가 문제 되는 것인지 내게 알려줄 것을 그것에게 요구할 수도 없다._「마들렌 에피소드」에서
이윽고 나는 마치 바라보는 것을 잠시 멈추고 났을 때 그것을 더 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작 앞에서인 양 산사나무 앞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눈앞에 오로지 그것만을 두기 위해 손으로 가림막을 한들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것이 내 안에 일깨운 감정은 모호하고 막연하게 남은 채 벗어나려고, 그 꽃들에 와 결부되려고 부질없이 애쓸 뿐이었다. 산사나무 꽃들은 그 감정을 해명하도록 나를 돕지 않았고, 나는 다른 꽃들에게 그것을 충족시켜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었다._「메제글리즈 쪽 산책」에서
나는 그 어떤 것이 그들 안에 있다고 느꼈으므로 내가 있던 자리에 가만히 선 채로 바라보고 호흡하며 내 사념과 더불어 이미지나 냄새 너머로 가보려고 애썼다. 할아버지를 따라잡아 길을 계속 가야만 할 경우, 나는 눈을 감고 그것들을 되찾으려고 했다. 나는 또한 지붕의 선, 돌의 뉘앙스를 정확하게 떠올리는 데 몰두했는데, 그것들은 내가 알 수 없는 곡절로 속이 가득 차 있으며, 스스로 열림으로써 그것들이 덮고 있는 것을 내게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여겨졌던 까닭이다. 물론 이런 종류의 인상들이 언젠가 작가와 시인이 될 수 있으리라는 잃어버린 희망을 내게 돌려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 인상들은 언제나 지적 가치가 결여되어 있으며 그 어떤 추상적 진리와도 관련되지 않는 특정 대상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들은 내게 알 수 없는 기쁨을, 일종의 생산성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고, 그렇게 권태로부터, 그리고 위대한 문학 작품을 위한 철학적 주제를 찾으려고 할 때마다 느껴야만 했던 무력감으로부터 내가 벗어나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그 형태, 향기 또는 색채의 인상이 내게 부과하는 의무감이 — 곧 그것들 뒤에 감춰진 것을 인식하기 위해 애써야만 한다는 의무감이 나를 어찌나 힘들게 했던지, 나는 곧 그 같은 노력에서 빠져나와 그 고단함을 면하게 해줄 핑계들을 찾아야만 했다._「게르망트 쪽 산책」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