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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47547123
· 쪽수 : 640쪽
· 출판일 : 2021-04-2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니나
2. 바네사
3. 니나
4. 바네사
5. 니나
6. 바네사
7. 니나
에필로그
감사의 글
리뷰
책속에서
“한 명 알아. 혹시 바네사 리블링이라고 들어봤어?”
나는 살짝 떨고 있었다. 내가 떠는 이유는 아마도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마침내 내가 그 문을 열려고 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아름다운 호숫가 오두막에서 시작해 사기꾼 남자와 함께 범죄를 계획하고 있는 이 싸구려 호텔에 이르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나를 데려온 곳이 이런 곳이라니. 그 믿기지 않음을 바탕으로 내 마음을 휩쓴 감정은 드디어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기대였다. 이제 내가 철저하게 지켰던 두 가지 규칙인 ‘탐욕을 부리지 말 것, 주인이 그리워할 물건은 건드리지 말 것’을 깨뜨리려 한다는 사실에 가슴 한구석이 따끔거렸다.
“스톤헤이븐 안에 금고가 하나 있어. 거기 현금 100만 달러가 있을 거야. 그리고, 그거 알아? 내가 그 금고 비밀번호를 알아.”
나는 많은 날을 혼자인 채로 스톤헤이븐의 방들을 돌고 또 돌면서 점점 더 새장에 갇힌 새라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따뜻한 날이면 선착장으로 내려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사진을 찍어 “사랑스러운 나의” #호수생활!이라고 쓴 글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에 저장해놓은 사진을, 나와 이름이 같은 낯선 여자가 올려놓은 수백만 장의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들어 있는 나르시시스트 괴물을 키우고 있는 거야. 소셜 미디어는 그 괴물이 자라나서 우리 자리를 차지할 때까지 괴물을 먹여 기르고, 결국 소셜 미디어 밖으로 쫓겨난 본체는 그 괴물의 이미지를 소셜 미디어를 들여다보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쳐다만 보게 되는 거야. 도대체 나 자신이 만들어낸 저 괴물은 누구이며, 어째서 저 괴물은 내가 갖고 싶었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지 궁금해하면서 말이야.’
바네사가 갑자기 나를 끌어당겨 꼭 안았을 때 바네사의 행동이 내가 해낸 작은 승리를 축하하는 의식이 아니라 내가 자신의 새로운 절친이 됐음을 알리는 의식임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애슐리랑 친구가 되어서 정말 기뻐요.”
바네사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바네사는 우리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였다. 바네사의 품속에서 나는 니나였다가 애슐리가 되었다가 다시 니나가 되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구름처럼 정해진 모양 없이 계속 바뀌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바뀌다가는 결국 내가 누군지도 알 수 없게 될지 몰랐다.
“물론 친구죠.”
애슐리는 바네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는 아직 당신이 미워.’ 니나가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애슐리와 니나, 우리 둘은 바네사를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