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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49715001
· 쪽수 : 626쪽
· 출판일 : 2016-09-09
책 소개
목차
성
성… 11
심판
심판… 329
변신
변신… 535
프란츠 카프카의 생애 문학 사상
카프카의 삶과 몽상-김정진… 593
카프카 존재의 아픔-박종서… 605
카프카 연보… 621
책속에서
내 말 좀 들어 보라구요, 측량기사님! 클람 씨는 성 양반이에요. 지위 같은 건 제쳐 두고 그 사실만으로도 그분은 대단히 귀하신 분이에요. 그런데 대체 당신은 무엇이죠? 모두가 여기서 이처럼 겸손한 태도로 굽실거리면서 결혼 승낙을 얻고자 하는 당신 말이에요. 당신은 성 사람도 아니요, 그렇다고 마을 사람도 아니에요. 요컨대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당신은 역시 그 무엇이기는 해요. 즉 당신은 이방인이어서 어디에 가나 방해가 되지요.
이제 K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모두 끊어졌다. 보통 때라면 들어올 수 없었을 이곳에 온 이후 가장 자유로워져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얻을 수 없는 자유를 쟁취한 것만 같았다. 아무도 그에게 손대거나 쫓아낼 수 없고, 말을 붙이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그러나―이 확신도 그에 못지않게 강했는데―그와 동시에 이렇게 자유롭고, 이렇게 기다리고,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이런 것보다 더 무의미하고 절망적인 일은 없다는 생각도 떠올랐다.
“아직까지는 성이 이 사건에 간섭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당신이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단지 사람들의 분별없는 불안이라든지, 이웃 사람이 손해를 입은 것을 보고 기뻐하는 심보라든지, 믿을 수도 없는 우정이라든지, 어디서나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이지요. 물론 당신 아버지도, 내게는 모름지기 그렇게 느껴지지만, 다소 도량이 좁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 증서, 대체 그것이 뭔가요? 그의 능력 증명서라는 것인데, 그 능력이란 그가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