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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49715513
· 쪽수 : 530쪽
· 출판일 : 2017-02-20
책 소개
목차
제2부 아들들 … 287
책속에서
초여름이라 태양이 그들 위에 뜨겁게 내리쬐었고 얼마 안 가서 여자의 얼굴에서는 땀방울이 떨어졌다. 왕룽은 저고리를 벗어 팽개치고 등을 드러내놓고 일했으나 오란은 적삼을 걸치고 일했으므로 그 엷은 옷은 땀에 젖어 그녀의 살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들은 한 마디도 없이 몇 시간이나 일했다. 왕룽은 호흡도 흐트러뜨리는 일 없이 아내와 힘을 합쳐 일하는 가운데 일이 힘든 것도 잊어버렸다. 왕룽에겐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오직 여기 있는 것은 그들의 집을 이루고 그들의 몸을 기르며 그들의 신(神)을 받드는 이 대지를 일궈서 볕에 쏘이게 하는 것뿐이었다. 비옥한 땅은 그들의 괭이가 가 닿자 가볍게 갈라져 나갔다. 때로는 벽돌 조각이나 나뭇조각이 나왔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떤 때엔 사람들의 시체가 이곳에 파묻혔고 집이 세워지고 허물어져 다시 흙으로 돌아갔다. 왕룽의 집 또한 앞으로 흙으로 돌아갈 것이며, 그들의 몸도 그러할 것이었다. 이 땅의 모든 것은 저마다 제 차례가 있는 것이다. 왕룽과 그의 아내는 나란히 말없이 움직이며 이 땅의 열매를 얻기 위해 같이 일을 계속했다.
이제 오란은 종일토록 일을 했고, 어린애는 다 떨어진 헌 이불에 싸여 땅바닥에서 잤다. 어린애가 울면 그녀는 일손을 멈추고 땅에 털썩 앉아 저고리를 헤치고 젖을 먹였다. 끈질긴 늦가을 볕이 어머니와 아기에게 내리쬐었다. 그들은 흙처럼 까매서, 그러고 앉아 있으니 흙으로 만든 우상 같았다. 엄마의 머리에도 아기의 부드러운 검은 머리에도 밭의 흙먼지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대문간으로 가서 그 돈을 숙부에게 던지다시피 주고 곧장 밭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지축을 뚫을 듯이 괭이질을 시작했다. 얼마 동안 그의 머리엔 은전 생각밖에 없었다. 그 돈이 노름판 탁자에 마구 쏟아지고 어떤 놈팽이가 그 돈을 쓱 하고 쓸어 담아가는 모양이 눈에 선했다. 그가 피땀을 흘려 가며 땅을 파서 모은 그 돈, 더 큰 땅을 사려던 그 돈이 그토록 쉽사리 사라져 버리고 말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