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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0949716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3-05-02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_살아 있는 것들의 가장 아름다운 생(生)의 증거
오목눈이의 눈물
주먹 망원경
금낭화
해설_아직도 청청한, 우리 시대의 순애보 | 김종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정호야, 선생님이 미안해. 내가 너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어.”
“저 내일 미국으로 떠나요. 그동안 속만 썩여 드려서 죄송해요.”
“메모를 보고 알았어. 내일?”
“예, 그래도 저는 선생님을 절대로 잊지는 못할 거예요.”
나는 흠뻑 젖은 정호와 볼을 맞댔다. 맞닿은 얼굴 사이로 흐르는 따뜻한 눈물의 촉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볼을 떼고 한 손으로 다시 정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들여다보듯 바라봤다. 촉촉한 물기 속 검은 눈동자가 깊고 드넓은 호수가 되어 나를 띄웠다. 있는 힘껏 다시 끌어안고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오목눈이의 눈물]
신혼집으로는 준규 씨 아버지가 식당 뒤 살림집까지 팔아 양옥을 사고도 남을 만큼의 거금을 내 손에 쥐여 주는 바람에 길상사로 이어지는 경관 좋은 길목의 단층빌라를 한 채 장만했다. 일자로 여섯 채씩 18세대가 위아래로 이웃해 있지만 세대마다 분리된 정원과 울타리가 있는 고급 주택이었다. 탈무드에 등장하는 어느 현명한 아버지가 전 재산을 노비에게 넘겨주고 그를 자식에게 주듯이 나도 준규 씨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은 채 그의 여자가 되었다.
[오목눈이의 눈물]
목소리가 커지고 거칠어지자 아내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미안해요. 하지만 정호는 절대로 아니라고요. 정호가 그랬다면 벌써 나한테 고백하고도 남았을 거예요.”
증거가 이렇게 나왔는데도 내 말을 믿지 못하겠느냐고 했으나 그보다 더한 증거가 나왔다고 해도 정호는 아니라며 막무가내였다. 그 아이들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도 했다. 나는 아내가 말하기 전부터 내심 당시에 아이들의 인적사항을 정확하게 알아두지 못한 사실을 후회하고 있었던 터였다. 학교와 이름을 묻자 대답하지 않고 도망쳤다는 말을 했더니 아내는 대번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먹 망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