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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0990770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2-12-22
책 소개
목차
제2장 어둠의 메아리
제3장 필사즉생
제4장 엇갈린 만남
제5장 기다림
제6장 운명
인물 소개
주요 인물 계보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승만이 수행원 세 사람과 하와이 연합위원회 건물에서 나와 차를 타기 위해 건물 벽을 따라 가로수가 있는 중앙 인도 쪽으로 향하는 모퉁이를 돌고 있을 때였다. 탕! 하고 난데없는 총소리와 함께 앞서가던 수행원이 총을 맞고 쓰러졌다. 그의 뒤를 이어 앞으로 나가던 또 다른 수행원이 재빨리 방향을 바꿔 뒤쪽으로 피신하려다가 다시 총을 맞고 쓰러졌다. 남은 두 사람은 더 이상 앞으로도 뒤로도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박사님! 몸을 낮추십시오.”
“미스터 남, 저들이 노리는 건 날세. 여기서 같이 죽을 필요는 없으니까 우리 헤어져서 가운데 길로 각자 달려가세.”
건물 모퉁이 기둥과 기둥 사이에 디귿 자로 홈이 파여 만들어진 공간에 간신히 몸을 피하고 있던 이승만이 곁에 있는 수행원 남근우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박사님! 박사님의 모자와 두루마기를 벗어서 저에게 주십시오.”
“그리되면 자네는 앞뒤에 있는 저들의 표적이 될 걸세.”
“저는 걸음이 빠르니까 저 뱅갈나무를 방패 삼아 도망칠 수 있습니다. 박사님은 우리 조선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불상사가 생겨서는 안 되시는 분입니다. 어서 주십시오!”
“미스터 남, 정말 괜찮겠나?”
근우는 이승만의 두루마기를 입고 모자를 썼다.
[제1장 흩어진 가족]
“이 사람 상백이! 미안허이!”
춘식은 한참 통곡을 하다가 방 한가운데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다음 바로 성냥을 그었다. 불은 삽시간에 방바닥으로 번져 벽을 타고 올라가 천장과 지붕을 삼키고 활활 타올라 하늘을 벌겋게 물들였다.
사람들이 “불이야!” 하고 소리쳤다.
불길은 이미 회색빛 하늘 높이 솟아 너울거리고 있었으며 열기로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함춘호가 달려와 불속으로 뛰어들려고 몸부림쳤다. 부지직거리며 불타는 소리는 춘호의 울부짖는 소리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형님! 형님! 이건 너무 허시잖어요.”
춘호는 불타오르는 연기 속에서 춘식의 얼굴을 찾았다. 춘식의 얼굴이 연기 속에서 어른거리다가 불꽃 속으로 사라졌다. 불이 어느 정도 꺼진 후 집 안을 들여다본 춘호와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춘식은 양반다리를 한 채 꼿꼿이 앉아 마지막까지 자신을 새까맣게 불태웠다.
[제2장 어둠의 메아리]
상백과 철우는 관이 보일 때까지 파 내려갔다. 관 뚜껑이 보이자 철우는 삽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듯 흙을 걷어냈다.
이어 심정수가 관 뚜껑의 못을 조심스럽게 빼냈다.
“가서 열어봐라!”
상백이 까맣고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하자 철우가 관 뚜껑을 열었다. 그는 횃불에 붉게 물든 눈으로 앙상해져 가고 있는 원우의 시신을 한참 동안 응시하다가 숨이 멈춰지는 듯 형을 부르며 울음을 토해냈다. 상백과 정순 그리고 기준이도 함께 흐느껴 울었다. 어두운 하늘 아래 소쩍새만 울어대던 산속이 순식간에 울음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이 죽일 놈드을!”
몸부림치며 절규하는 그들의 소리가 어둠에 파묻혀 산속 멀리 울려 퍼졌다.
[제3장 필사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