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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2213525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10-04-12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막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괴기스러운 주변광경을 돌아보았다. 온통 바람에 춤을 추는 야생의 잡초들로 뒤덮인 조각들 하나하나에 시선을 던지다가 마침내 거대한 피에로상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순간 등줄기를 타고 오한이 흘러내리면서 막스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주먹을 쥐고 있던 피에로의 손이 마치 손님에게 길 안내라도 하듯이 활짝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차가운 아침 바람에도 막스는 목구멍에 불이 붙는 기분이었고, 관자놀이에서 쿵쾅거리는 심장의 고동이 그대로 느껴졌다.
“나이가 들면 몇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단다. 예를 들어, 지금 나는 인생이 기본적으로 세 가지 시기로 나뉜다는 걸 알고 있어. 첫 번째 시기는, 자신은 늙지 않을 거라 믿고, 시간도 흐르지 않을 거라 믿으며, 모든 인간은 세상에 태어난 첫날부터 똑같은 종착점을 향해 걸어간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 시기지. 그 젊음의 시기를 지나면 두 번째 시기가 시작된단다. 두 번째 시기에 사람들은 인생의 부질없음을 깨닫게 되고, 마음속의 불안감이 평생을 따라다니며 의심과 의혹의 바다처럼 점점 커져가는 걸 느끼게 되지. 그리고 생이 끝날 무렵 마지막 시기인 세 번째 시기에 도달하는데, 그때에 이르러서야 사람들은 현실을 인정하고 결국 체념하고 기다리게 돼. 나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그중 어느 한 시기에 붙잡혀서 끝내 그 시기를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도 많이 보았단다. 정말 안된 일이야.”
“내가 살던 가난한 동네에서는 꼬맹이들이 그 사람을 ‘케인’이라고 불렀어. 어떤 사람들은 ‘안개의 왕자’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고. 그 사람이 늘 어두운 밤거리의 짙은 안개 속에서 불쑥 튀어나왔다가는 해가 뜨기 전에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지. 케인은 정확히 어디 태생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여하튼 잘생긴 젊은이였어. 밤마다 우리 마을 골목길 어딘가에서 공장의 기름때에 찌든 누더기 옷을 걸쳐 입은 아이들을 모아놓고는 협정을 맺자고 꼬드기곤 했지. 누구든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준다는 거였어. 대신 케인은 딱 한 가지, 무조건적인 충성을 조건으로 내걸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