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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52214898
· 쪽수 : 346쪽
· 출판일 : 2010-08-3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노인과 함께 눈 속을 헤쳐 오며 곁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소년은 그들 부족의 마지막 생존자가 될 이다. 한참 뒤처져서 바위 아래 구멍에 몸을 피하고 있던 여자와 아이는 이미 죽었을 게 뻔했다. 여자는 아이에게 먹일 젖도 나오지 않았다. 음식을 먹지 못해 쇠약해진 그녀의 몸은 이 얼음장 같은 추위를 오래 견디지 못할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아오뿐이다. ‘아오’는 그냥 남자라는 의미일 뿐, 그에게는 아직 이름도 없다!
아오는 옛 부족의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 혼자라면 새(鳥) 부족 인간들을 피해서 이 지역을 빠져나가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혼자서 살 수 있을까?
노인은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은 부족에서 제일 돌을 잘 던지는 훌륭한 사냥꾼이었다.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누구보다 힘이 세고 인내심도 강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새로운 인간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가? 노인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키 나아! 거기 있어? 나야, 이 타아! 대답해! 네가 거기 있는 거 알아!”
마음이 놓인 아키 나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응, 나 여기 있어. 들어와.”
이 타아는 입구의 구멍을 막고 있는 무거운 가죽을 들어 올리고 움막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땅을 파느라 분주한 친구를 보면서 미소 지었다.
“네가 오늘 떠날 줄 알았어. 너한테 인사도 하고 행운을 빌어 주려고 왔어. 나도 너처럼 용기가 있으면 따라나설 텐데. 하지만 난 그럴 용기가 없어. 내 영혼은 네 영혼보다 훨씬 약한가 봐. 하지만 내가 죽고 나면 산으로 돌아갈 거야.”
아키 나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친구의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난 널 비난하지 않아. 너와 같이 사는 남자는 훌륭한 사냥꾼이야. 다른 사냥꾼들처럼 난폭하지도 않고. 하지만 난 떠나야 해. 안 그러면 내 아이가 죽을 테니까.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내 영혼이 나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인생이 훨씬 고달플 거야.”
아오는 여전히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자신이 저 여자에게 두려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그는 계속해서 여자를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저런
종족의 사람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없었다. 가냘픈 몸과 얼굴, 매끄러운 갈색 피부를 관찰했다. 여자는 자신의 부족 여자들처럼 건장해 보이지 않았다. 좁고 평평한 얼굴은 이상했다. 가늘고 긴 코
양쪽에서 반짝이는 눈은 얼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눈이 빛났다. 여자는 열이 나고 지쳐 있었다. 그리고 피로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과 아기의 목숨이 위태로울까 봐 불안해하고 있었다. 아오는 조심스럽게 무기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 여자는 자신에게 위험스런 존재가 아니었다. 이 동굴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걸까? 주변에서 물이 빠질 때까지 머무를 다른 피난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더 지체할 생각은 없지만, 어쨌든 새 부족 마을에 머물던 여자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부족의 적에 대해 더 자세히 배울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녀와 어떻게 대화를 할 것인가가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