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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뇌과학 > 뇌과학 일반
· ISBN : 9788965403500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일생 허락되지 않는 원전
Ⅰ. 슈퍼히어로의 자질
-고통 없이 슈퍼히어로는 행복하지 않다
Ⅱ. 좀비 얼굴
-끝끝내 보고자 하는 마음에 맺힌 마지막 상想
Ⅲ. 장미의 악취
-‘다섯 번째 감각’이 떠나고 맞은 치명적 일격
Ⅳ. 멋쟁이 아가씨는 선원을 좋아하네
-노래가 멎은 곳에 대신 남은 것들
Ⅴ. 맹인의 왕국에서
-불완전한 성에서 내다본 가려진 시계視界
Ⅵ. 커피와 카다멈
-풍미, 그 오묘한 화합에 대하여
Ⅶ. 뺑뺑이를 타고
-작은 귀 한 쌍이 돌고 돌아 전복된 일상
Ⅷ. 내 눈물의 불타는 흔적
-그래야만 할 것이 그러지 않는 어느 날
Ⅸ. 순수한 행복의 통증
-남다른 감각이 펼쳐 보이는 또 다른 현실
에필로그. 진실에 관한 진실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면서 그게 라헬과의 마지막 만남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몇 달 후, 예상했던 대로 라헬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라헬이 떠난 날은 그녀의 생일 하루 뒤였다. 61년 그리고 하루. ‘좋은 이닝’이었다고 그녀는 말했지만 짧은 이닝이기도 했고, 지난 6년 동안은 신경계의 교란과 감각의 배신으로 속을 썩기도 했다. 우리는 대부분 고유수용성감각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것은 매일매일, 심지어 몇 년씩이나 우리의 뇌리에 꽉 들어차는 통증감각과는 극명한 대척점에 있다. 고유수용성감각은 라헬과 마찬가지로 조용하고 겸손하며, 그저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어서 부재할 때가 되어서야 그 흔적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스스로에게 정직해지면, 우리는 종종 인생은 무작위, 예측 불가능한 것, 주사위 던지기일 뿐임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나는 던과 지난 몇 년 동안 봐왔던 사람들을, 무작위로 선택되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삶이 망가지고 단축된 이들을 떠올린다. (...) 하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이상, 우리 대부분은 이런 삶의 측면으로부터 보호받으면서 건강과 질병의 자의적인 본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특히 현대 의학 기술이 잘 갖춰진 나라에서 운 좋게 운명을 통제하며 지낼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
마크와 켈리의 이야기는 우리의 감각, 더 나아가 삶 자체의 취약성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뼈가 아주 조금 가늘어지거나 체액이 약간만 과다하게 생성되어도 그것만으로 우리는 듣지 못하고,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며, 똑바로 걸을 수도, 중력에 맞서 똑바로 일어설 수도 없게 된다. 해부학의 작은 결점들, 몇 년 전만 해도 주목받지 않았던 아주 작은 결함들이 소리, 자세, 위상 그리고 움직임의 인식에 영향을 미쳐 삶을 통째로 뒤바꿔 버리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심지어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감각들까지 포함해) 우리의 감각이 우리와 외부 세계 간의 관계,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 환경에서 담당하는 근본적인 역할에 대해 말해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감각들은 우리가 부재할 때가 되어서야 겨우 그 존재를 알아차리는, 우리 삶의 한 측면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