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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조선사 > 조선후기(영조~순종)
· ISBN : 9788952215802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11-06-03
책 소개
목차
발간사
미 외교관 부인이 만난 명성황후
머리글
1장 서울 도착
2장 왕후의 호기심
3장 알현
4장 궁궐 연회
5장 갑신정변
6장 참 벗
7장 국모의 서거
옮긴이의 글
영국 선원 앨런의 청일전쟁 비망록
1장 출항
2장 해전
3장 고립
4장 탈출
5장 함락
6장 대학살
7장 귀환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왕은 왕족의 색깔인 붉은색 비단으로 만든, 두루마기라는 값비싼 코트를 입고 있었다. 왕후마마는 길게 굽이치는 푸른색 비단치마와 정교하게 수놓인 재킷인 노란 비단 저고리를 입고 호박과 진주로 만든 단추로 앞을 여몄다. 그녀의 갈까마귀 같은 검은 머리카락은 눈길을 끄는 얼굴로부터 반듯하게 뒤로 넘겨져 목 뒤쪽에 바퀴모양으로 단단히 감겨 있었다. 이 바퀴모양의 머리는 정교한 금세사가 입혀진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놀랍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동양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복장은 전체적으로 조화로웠으며 완벽한 취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왕족의 신분을 표시하는 우아한 보석으로 치장한 장식물이 그녀의 잘생긴 머리 위에 얹혀 있었다. 그녀의 옆구리에는 길고 화려한 금술이 달리고 금세공이 된 보석으로 만든 장신구가 여러 개 매달려 있었다.
이 즐거워하는 손님에게 이곳저곳의 독특한 유흥거리가 안내되었다. 탑에 앉아 있는 악공들에게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호숫가 한쪽에서는 커다란 연꽃 봉오리가 벌어지더니 벌거벗은 아이가 나타났고, 뒤이어 그 아이는 기다리고 있던 엄마의 벌린 팔 안으로 넘겨졌다. 호수에 떠 있는 돛단배에는 갑판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꽃 같은 소녀들을 가득 태우고 있었는데, 그들은 율동과 아름다운 자태로 역사적인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상력을 선명하게 자극하여 통역관 없이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여러 편의 훌륭한 단막극도 상연되었다. 웃기게 생긴 키 작은 곡예사들은 물구나무를 서거나 나뭇가지에 매달리기도 했다. 막간에는 호수 한가운데에 있는 섬의 등나무 차양 아래에 설치된 다실에서 동양식 음료수가 제공되었다. 그 호수에는 붉게 칠한 돌다리가 놓여 있었고, 물속에는 연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낭만적인 장관과 휘황찬란한 아름다움을 갖춘 그날의 연회는 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배설된 어떤 연회도 따라올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서거 후 이 위대한 극동의 왕후에게 ‘황후’라는 칭호가 수여되었다. 황후가 서거한 지 2년이 지났다. 하지만 국민은 그녀를 잊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조선 국민들이 한국의 자주권이 짓밟히고 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무기력하게 깨달았을 그때, 왕후에게 지속적인 적대감을 품었던 사람들조차 그러한 재앙을 피하기 위해 너무나도 용감하게 투쟁했던 그 강한 성격의 왕후를 기억하며 추모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사람들은 국장(國葬)으로 왕후에게 감사를 표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장례식은 야심 많은 이웃 나라 일본에 불운하게 합병되고 있었던 한 나라가 애처롭게 보내는 감사 표시였다. 전 서울 시민들이 왕후를 추모했다. 조선인에게 있어서 그날은 참으로 슬픈 날이었다. 조국에게 왕후는 생명이자 정신이었기에 그들에게 그날은 사랑하는 조국을 장례 치르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