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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2215901
· 쪽수 : 562쪽
책 소개
목차
Ⅰ 인트로이투스
Ⅱ 키리에
Ⅲ 디에스 이레
Ⅳ 투바 미룸
Ⅴ 콘푸타티스
Ⅵ 라크리모사
Ⅶ 코무니오
참고 목록
이 책에 등장하는 음악가들
리뷰
책속에서
“그런데 왜 연주회가 끝나고 한 번도 인사를 하지 않은 겁니까?”
“그건 필요하지 않은 일이었으니까요. 그는 자신의 일을 했고, 그리고 자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설비 기사가 나사를 조이고 나서 허리 숙여 인사하는 것을 본 적 있으세요? 아니죠. 레미도 정확히 그런 식으로 자신의 일을 행한 것뿐입니다.”
“그 때문에 거만하다는 비난도 많이 받았는데요.”
“그건 프로 의식이라고 봐야겠죠. 그는 저에게 자주 말했습니다. ‘인사하는 예술가들은 늘 자신에게 험담을 늘어놓는 사람들에게 허리를 숙이는 거다.’라고요.”
“하지만 레미 봉스쿠르는 적(敵)이 없었잖습니까?”
“모든 사람이 그를 좋아한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습니까? 모차르트도 평생 비난에 시달려야 했죠.”
“그런데 레미 봉스쿠르는 왜 모차르트만 연주한 것입니까?”
클레르크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단어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주어 말했다.
“음……모차르트와 레미 사이에는……뭔가가 있었어요……. 뭐랄까……진정한 우애 같은 거요. 우애, 그게 정확한 표현 같군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는 디미누엔도로 계속해서 말했다.
“그는 늘 쉬지 않고 모차르트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사실, 그의 피아노는 훨씬 근본적인 것을 탐구하는 데 쓰이는 도구일 뿐이었습니다. 그 탐구는 15년 동안 계속되었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레미는 심지어 처음부터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삶보다도 그쪽에 더 비중을 두었습니다.”
(1부. 인트로이투스 48쪽 중에서)
“아니. 글렌에겐 음악만이 중요했어. 그뿐이야. 그래서 무대에서 은퇴하고 나서는 정말로 이상해졌지. 그는 세상과 단절한 채 밤에만 생활하기 시작했어. 한 번은 새벽 5시에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얘기를 하더군. 그렇게 하는 게 안심이 되었던 것 같아.”
“두려워하고 있었나요?”
“두려움? 그건 모르겠어. 그보다는 어떤 고통스런 사건 때문에 그런 편집증적인 성향을 띠게 된 것 같아. 그는 누구와도 악수하길 거부했고, 집 안에만 갇혀서 음악만 듣고 살았어. 하지만 손가락 끝으로는 여전히 레퍼토리를 꿰고 있었지. 어느 날 저녁, 전화 통화를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음반 몇 개를 들려주었어. 글렌은 몇 초 만에 작곡가와 작품을 알아맞혔지. 딱 한 곡만 빼고. 그다음 날 새벽, 물론 5시에, 다시 내게 전화를 걸어서 제목을 얘기하더군.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브람스 소나타였어. 그리고 그걸 기억해서 피아노로 연주해주었지! 한 번 듣고 다 외웠던 거야! 진짜 귀재였던 거지.”
“거의 초인이군요.”
밀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야. 모든 천재들이 그랬듯이, 글렌도 무서운 면이 있었어. 청소년기에 아주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어. 약간……, 뭐랄까…… 뭔가 혼란스러워하는 듯한……. 어쨌든 기자들에겐 훌륭한 고객이었지. 봉스쿠르와는 달랐어! 그는 아무하고도 소통을 하지 않았잖아. 사람을 싫어한다고 생각할 만큼. 반면에 글렌은 근본적으로 관대한 사람이었어. 알겠지만 두 사람은 성격이 정반대야.”
(1부. 인트로이투스 81~82쪽 중에서)
“쇤베르크 덕분에 음악은 마침내 시대의 거울이 된 거야. 자기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지. 작곡가들은 지난 세기의 낡은 규칙들을 뛰어넘을 권리가 있고, 의무도 있어. 그 버러지 같은 피타고라스 이야기로 끝을 맺어야겠군! 가죽을 벗겨 죽일 놈! 음악은 천체의 조화보다는 지상의 혼돈을 반영해야 해! 혼돈 말이야!”
(2부. 키리에 178~179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