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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2219541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12-10-29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특별 수사반 Q’라고 새겨진 놋쇠 문패가 걸린 문은 이음새가 분리된 채 기다란 지하실 복도를 따라 설치된 난방관에 기대어 있었다. 지금쯤은 사무실 모습을 갖추었어야 할 방 안에는 여전히 반쯤 페인트가 찬 양동이 열 개가 강한 냄새를 풍기며 놓여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네 개의 형광등 때문에 방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심한 두통이 밀려왔다. 다행히 벽에 칠한 페인트는 말라 있었다. 다만, 벽 색깔만 보면 자신도 모르게 루마니아의 병원 건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대단하군.”
칼은 투덜대며 완성된 사무실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보려 애썼다.
지하실 복도에서도 끄트머리인 그의 사무실 부근에서는 사람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곳은 사람은 물론이고 햇빛과 공기조차 들지 않는 강제수용소를 연상시켰고,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곧, 이게 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으며, 더욱 잔인하게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녀의 운명이 너무도 무서운 것이라서 죽음이 오히려 구원으로 여겨질 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죽기 전 끝없는 고통과 잔혹함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신체적 폭행, 심리적 테러, 고문 같은 것들. 아마도 누군가가 지금 그녀를 주시하고 있을지 몰랐다. 저 유리판을 통해 적외선 카메라가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다니고 있을지도.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눈과, 그녀를 엿듣는 귀가 있을지도.
그녀는 단순한 유리판인지 창문인지 모르는 곳을 쳐다보며, 침착하게 보이려 애썼다.
“제발, 살려 주세요.”
그녀는 그 어둠을 향해 아주 작게 속삭였다.
“방금 무슨 말을 하려고 했나, 아사드?”
“담배 말이에요.”
“담배가 뭐?”
“경관님은 얼마나 오랫동안 같은 담배를 피우셨어요?”
칼은 코를 긁적였다. 럭키스트라이크를 피운 지 얼마나 됐지?
“사람들은 자기가 피우던 담배 종류는 잘 안 바꾸잖아요, 그렇죠? 아까 보니 울라 옌센은 빨간색 프린스 열 갑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더라고요. 완전히 새것이었죠. 게다가 손가락도 노랬어요. 그런데 그의 아들은 안 그랬다고요.”
“자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그녀는 필터가 달린 프린스 담배를 피우고, 아들은 담배를 안 피워요. 그건 확실해요.”
“그래, 그래서?”
“그런데 왜 재떨이에는 필터 없는 담배꽁초들이 들어 있었을까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칼은 비상등을 켜고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