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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52241085
· 쪽수 : 220쪽
책 소개
목차
라만차의 시골 귀족 돈키호테에 대하여
고향 마을을 떠나다: 첫 번째 출정
정식 기사가 되다
정식 기사가 된 후 약자를 구원하다
돈키호테의 책들이 종교재판을 받다
두 번째 출정을 하다
어마어마한 풍차와 싸우다
두 번째 무훈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대화
양 치는 목동들을 만나 듣고 겪은 이야기
성이라고 믿은 주막에서 벌어진 기막힌 일들
상복 입은 사람들을 만나 거둔 무훈
불행한 자들에게 자유를 안겨준 모험
시에라모레나 산맥에서 겪은 모험
모레나 산맥에서 ‘누더기 기사’가 들려준 이야기
모레나 산맥에서 고행을 결심하다
산초, 돈키호테의 친구인 신부와 이발사를 만나다
신부와 이발사, 모레나 산맥에서 카르데니오를 만나다
신부와 이발사와 카르데니오가 만난 아름다운 여인 이야기
도로테아, 공주가 되어 돈키호테에게 가다
주막에서 포도주 자루와 벌인 용맹한 싸움
주막에서 벌어진 놀라운 일
돈키호테 일행, 고향으로 향하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벌어진 일
고향에 도착하다
『돈키호테』를 찾아서
책속에서
“아가씨들, 무서워하지 마시오. 진정한 기사는 아무에게나 칼을 들이대지 않습니다. 하물며 고귀한 자태가 흐르는 아가씨들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여인들은 그의 삐쩍 마른 얼굴을 보자 긴장이 풀렸다. 더욱이 자신들을 정중하게 ‘아가씨’라고 불러주는 바람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돈키호테가 자존심 상한 듯 말했다.
“아가씨들! 미인이란 언제나 신중해야만 합니다. 웃음이 헤프면 어리석어 보이는 법입니다. 하지만 제 말씀에 불쾌해하 지 마시길. 이 몸은 그저 아가씨들을 섬기려는 마음뿐입니다.”
하지만 그 말에 여인들은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 야릇한 행색에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걸 보고 웃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여인들이 웃음을 멈추지 않자 우리의 명예로운 기사 돈키호테도 노여워질 수밖에 없었다. 마침 뚱뚱한 주막집 주인이 나오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터져도 크게 터졌을 것이다. 주인도 돈키호테의 흉측한 몰골을 보고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간신히 참고 공손하게 말했다. 그 엄청난 무장에 약간 겁이 나기도 했던 것이다.
“존경하는 기사님, 혹시 주무실 만한 곳을 찾고 계신 건가요? 우리는 침대만 없을 뿐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답니다.”
그 주막은 정말로 초라한 주막이었다. 하지만 돈키호테에게 그 주막은 훌륭한 성이었고 주인은 성주였다. 성주가 점잖게 얘기하자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성주님, 제게는 전투가 곧 휴식이며 무기가 곧 장신구와 같습니다. 침대가 없는 건 전혀 상관없습니다.”
“모두 멈춰라. 아름다운 라만차의 여왕, 둘시네아 델 토보소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은 이 세상에 없다고 맹세하라!”
상인들은 웬 미친놈이 나타나서 헛소리를 하는가,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중에 장난기 있는 상인이 한 명 있었다. 그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재미 삼아 해본 이야기였다.
“기사님, 저희는 기사님께서 말씀하신 그분이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분을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그분이 정말 기사님 말씀대로 아름다우시다면 기꺼이 기사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너희가 그녀를 보고 맹세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중요한 것은 그녀를 보지 않고도 믿고 고백하고 맹세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녕 너희가 맹세하지 않는다면 나와 결투를 벌여야만 할 것이다. 하나씩 와도 좋고 한꺼번에 덤벼도 좋다.”
“기사님, 제발 그분의 작은 초상화만이라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보지도 못한 것을 맹세한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을 것 같아서 그럽니다. 비록 초상화 속 여인이 애꾸에다 다른 쪽 눈에서는 피고름이 나온다 할지라도 저희가 직접 볼 수 있다면 기사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맹세를 할 수는 있습니다.”
돈키호테는 그 말에 화가 치밀었다. 그가 흠모하는 여인 둘시네아를 모욕하다니! 그는 불경스러운 말을 했던 자를 향해 창을 겨누고 달려들었다. 그런데 아뿔싸, 그 순간 로시난테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돈키호테는 말에서 떨어져 한참을 굴러갔다. 어떻게든 일어나려 했지만 창, 방패, 투구에 낡은 갑옷 무게까지 더해져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그러자 노새 몰이꾼 중 한 명이 돈키호테에게 다가가 창을 집어 들더니 조각조각 잘라버렸다. 그러고는 그중 한 조각을 들어 돈키호테를 마구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돈키호테는 그만 묵사발이 되어버렸다. 돈키호테는 매질을 당하는 내내 입으로 쉬지 않고 하늘을 원망했으며 그들을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그들이 떠나자 돈키호테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죽도록 맞아서 만신창이가 된 터라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도 그는 편력기사라면 당연히 감수해야 할 고난을 겪은 것으로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