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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2774286
· 쪽수 : 384쪽
책 소개
목차
P R O L O G U E
여행과 생활의 경계를 허무는 일 그것으로부터의 시작 8
Daybreak 새벽은 어두운 쪽에 가깝다
AM : 05 똑같은 고민에 대한 각자의 방식
눈 뜨면 제일 먼저 보는 게 너라니, 다행이다 2 0
AM : 06 시작은 언제나 늦지 않은 것
결심을 하기는 새벽이 낫다 3 6
AM : 07 나를 살리는 것들
마음을 끓이는 시간 5 0
Morning 웃어야 비로소 아침
AM : 08 자꾸 맴도는 엉터리 같은 말
감사는 품는 게 아니라 꺼내 놓는 것 6 8
AM : 09 차창 너머로 살아 숨 쉬는 풍경
떠나지 않고, 여행 8 2
AM : 10 오래된 시간을 탈탈 털어 말려 본다
새하야면 새하얄수록 눈물나는 법이지 9 8
AM : 11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것들
어디선가 꽃향기가 난다면 1 1 2
Daytime 잠시 잊어도 좋아
언젠가 기억할 수 있다면
AM : 12 공백의 시간이 불러오는 것들
태양의 문신 1 3 6
PM : 01 보낸다는 것
6월의 엽서 1 4 8
PM : 02 익숙해지기
변함없이 변하지 않는 1 6 0
PM : 03 깊은 골목을 거닐다
낯설고도 따뜻한 오후의 골목 1 7 6
PM : 04 처음 본 그대가
쉽지가 않아 1 9 0
PM : 05 네모난 삶들
9.5×4 2 0 8
PM : 06 결국 떠오르는 그 이름
낯선 곳과 그리움은 한몸이다 2 2 6
PM : 07 별빛 아래 사람들
길 위에 지은 집 2 4 6
Night 앓기 좋은 밤
PM : 08 나에게서 떠난 것을 의심하지 말기
힘을 위한 변명 2 7 2
PM : 09 언젠가는 기필코
기차는 되돌아가지 않는다 2 9 0
PM : 10 괜찮지 않을 것들을 괜찮게 생각하는 밤
괜찮을까 3 1 2
PM : 11 때로는 거짓말과도 같은 옹졸한 마음
왜 가짜를 써요? 외롭게! 3 2 8
PM : 00 감사의 날들에 박수를 치는 밤
때가 되면 꽃이 피고 3 5 0
E P I L O G U E
떠난 자만이 돌아올 수 있다 3 7 0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여행도, 생활도 우리는 그 어떤 미래도 확인하며 살아갈 수 없다. 불분명한 미래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그 불분명을 근거로 삼아 하루하루를 어떻게 밝히며 사느냐는 각자의 몫이니까. (28쪽)
친한 친구는 말없이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이가 아니라 어떤 말이라도 쉽게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부담 없는 사이다. 그렇다. 그랬어야 했다. 어느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차릴 것인가? 먼저 말했어야 했다. 친구에게 바라는 마음이 너무 컸다.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 거라고 아둔하게 생각했다. 정작 나는 친구가 그렇게 힘든 작업을 하면서 병을 키워 왔는지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했으면서. (56쪽)
어머니께서 여름 홑이불로 쓰라고 끊어 주신 새하얀 광목을 여행 다니는 내게 줬다. 같이 가지 못하는 마음 대신 내민 새하얀 광목을 배낭 맨 아래쪽에 얌전히 넣었다. 필요한 곳 있으면 어디서나 깔거나 덮으라고 받은 것을 나는 아까워 잘 쓰지도 못했다. 남루한 침대를 만날 때도 덜컹거리는 낡은 밤의 버스 안에서도 내내 생각만 하다가 대륙 몇 개를 건넜다. 어쩌다가 볕 좋은 창가 침대를 얻으면 커튼으로 걸어 두기도 하고, 오랜 시간 배낭 아래서 눅눅해졌다 싶으면 탈탈 털어 빨랫줄에 널면서 자주 너를 그렸다. (101쪽)
알레포에 머무는 동안 자주 그 기사의 말을 떠올렸다. 확신에 찬 밝은 음성. 반드시 다음에 또 오게 될 거라는 말.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람에게 실망하고 사람에게 위로받는 일.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이 일을 반복하겠지만 끝내 그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이 사람의 일이다. 당신의 오류가 때로는 나에게 상처가 되고 나의 친절이 때로는 당신에게 불편을 줄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처음처럼 정성스러웠으면 한다. 그것이 어떤 의도도, 계획도 아닌 채 아무렇지 않게 말이다. (202쪽)
아쉬운 자리를 털면서 현관에 걸터앉아 신발 끈을 매는데, 곁에 선 부부의 발이 참 든든해 보였다. 비슷한 색깔을 신은 두 사람의 양말이 같은 상자 속의 초콜릿처럼 보기가 좋았다. 오랜 여행이 끝나고 다시 길 위에 집을 지은 것처럼, 또 다른 마음으로 세상을 이어나갈 그들의 삶이 초콜릿처럼 달콤하게 이어지길 바랐다. 얼큰해진 가슴으로 새벽 별빛을 보면서 우리는 또 다음을 약속했다. 우리는 서로가 그 시간 동안 또 각자의 여행을 할 것이다. 우리는 떠나든 떠나지 않든 어떤 종류의 이야기라도 나의 이야기처럼 여겨 한 걸음에 달려가 귀 기울일 것이다. (260쪽)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경험하고 배운 것들에서 비켜가는 것을 잘 참지 못한다. 나 역시 그랬고 내 주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다. 그래도 누군가는 잘못된 것을 알려 줘야 한다는 생각은 옳다고 믿지만, 나는 여전히 건널목의 삼십 초가 너무 지루하고, 배달 올 시간이 되면 시계를 예민하게 노려보고 여전히 과정보다 결과에 민감하다.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면 혼자라도 조금 더 여유롭고 아무렇지 않은 듯 살자고 다짐했다. 그 다짐은 매번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깨끗하게 사라졌고, 나는 여전히 시간을 재가며 마음을 졸이며 산다. 오늘 반쯤 잘려나간 저 달을 보면서, 반쯤 희미해진 기억을 떠올린다. 내가 경험한 것들을 꺼내 본다. 그리고 보름달처럼 꽉 찬 마음으로 환하게 살자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3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