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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신앙생활 > 간증/영적성장
· ISBN : 9788953130685
· 쪽수 : 344쪽
책 소개
목차
머리글을 대신하여 ▪ 8
1부
하나님의 은총 안에서
1 ▪ 자유나 운명이 아닌 섭리였다 ▪ 14
2 ▪ 은총의 부르심 ▪ 25
3 ▪ 내 인생을 바꾼 두 번의 집회 ▪ 38
4 ▪ 일본에서의 대학 생활 ▪ 51
5 ▪ 하나의 깨달음과 또 하나의 사건 ▪ 63
6 ▪ 광복, 그리고 탈북자가 되다 ▪ 72
7 ▪ 주님의 포도밭, 중앙학교에서 ▪ 86
8 ▪ 전란 속에서 교회를 섬기다 ▪ 100
9 ▪ 연세대학교와 더불어 ▪ 117
2부
선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10 ▪ 폭풍과 휴식이 교차하다 ▪ 136
11 ▪ 두 차례의 세계 여행 ▪ 149
12 ▪ 성경 공부 60년 ▪ 164
13 ▪ 우리의 삶과 공존하는 기독교 ▪ 179
14 ▪ 80여 년 동안에 기독교는 ▪ 201
15 ▪ 말씀은 설교를 통해 저서로 남는 것 ▪ 225
16 ▪ 나의 신앙적인 저서들 ▪ 238
3부
더불어 사는 지혜를 생각하며
17 ▪ 성실함의 강을 건너야 ▪ 254
18 ▪ 교회 울타리 너머, 세상 한가운데서 ▪ 265
19 ▪ 새로운 시도, 교회 밖에서 복음을 심다 ▪ 281
20 ▪ 주께서 머무시는 가정 ▪ 298
21 ▪ 제2의 인생은 가능한가 ▪ 321
22 ▪ 종교개혁은 왜 필요한가 ▪ 33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오래 전 우리 장로교와 감리교가 신앙에 있어서의 예정과 자유의 교리를 갖고 대립하며 신도들에게 부담과 고민을 더해 주는 것을 보면서 질문을 해 오는 사람들에게 대답하는 때가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그런 교리 문제를 갖고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체험한 것은 '은총의 선택'이다. 지금은 내 인생을 돌이켜 보면서, 나 나름대로의 신앙적 고백을 한다. 인생에는 자유만이나 운명의 절대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랑의 섭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 섭리의 주관자는 하나님 아버지이시다.
중학생이 된 뒤부터 나는 느낌과 생각의 차원이 달라졌다. 한마디로 나도 어른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뜻이 있어 중학교에 오게 되었다는 자부심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무엇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예감 같은 것이었다. 나는 내 인생을 준비해야 하고, 누군가가 나를 불러 줄 때가 왔다는 절박감 같은 것에 사로잡혀 있었다. … 설교자는 두 분이었다. 장로교를 대표하는 윤인구 목사와 김창준 목사였다. 윤인구 목사는 영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는 비교적 젊은 편이었고, 김창준 목사(감리교 소속으로 기억한다)는 좀 더 나이가 많아 보였다. 많은 학생이 모였다가 흩어져 돌아가곤 했다. 아마 나는 말없이 참석했다가 돌아가는 중학생으로서 제일 어렸을 것이다.
나는 두 목사님의 설교를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윤 목사의 설교에 감명을 받았다. 지금도 그 제목과 내용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아늑하고 엄숙했던 예배 분위기는 성경에 나오는 말씀의 잔칫집을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많은 젊은이가 영혼의 양식을 얻을 수 있었고,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 부흥회를 끝내면서 나는 지금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던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계란 속에 갇혀 있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온 것 같은 변화였다. 얼마 동안은 마치 무엇엔가 취해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 삶의 새로운 이정표가 생겼다. 나는 멀고 먼 길을 믿음과 희망을 갖고 출발하는 느낌이었다.
키가 작은 데다 머리가 크고 이마가 넓어 보이는 가가와 도요히코가 사회자의 소개를 받고 나와 다음 같은 얘기를 꺼냈다.
"나는 세계 일주 여행을 하면서 시베리아를 거쳐 평양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평양에 가면 모란봉에 꼭 가 보라는 권고를 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경치라고 말입니다. 오늘 오전에 나는 모란봉에서 대동강변 길을 걸어 내려오다가 아담한 기와집을 한 채 발견했습니다. 조선의 전통과 정취가 풍기는 건물이었습니다. 참 훌륭한 예술품 같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봤더니 대문에 '기생 학교'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 간판을 보는 순간, 나는 기억에서 사라진 내 어머니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기생만도 못한 부끄러운 인간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지방에서 정치한답시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술집에서 잡부로 일하는 어머니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름도 모르는 여성에게서 태어난 사람이 나입니다. 내가 아들이 아닌 딸이었다면 찾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아들이었기 때문에 나를 데려다가 호적에 넣었던 것입니다. 나는 그 사실이 창피스럽고 부끄러워 지금까지도 그 일을 얘기하기를 꺼렸습니다. 그러나 내가 그리스도를 믿게 되고 주님이 그렇게 천한 나를 택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는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지 않습니다. 가장 천한 사람을 택해 당신의 일꾼으로 쓰신다는 은총의 사실을 누구에게나 전파하고 사는 것이 내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우리 주변의 여성들을 절대로 내 어머니와 같은 여성으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강산에 눈물 흘리며 숨어 사는 여성들이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그날의 강연 내용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고백은 청중에게 큰 감명을 남겼다. 나도 저렇게 사는 것이 신앙인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일본에 가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나는 몇 차례 더 그의 강연을 들었고, 그의 책을 읽기도 했다. 광복이 된 후에 우연히 다시 한 번 그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