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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437844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7-07-05
책 소개
목차
개들이 식사할 시간
눈물
거짓말
스틸레토
사향나무 로맨스
키시는 쏨이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허탕
있던 자리
해설|강지영이라는 고유명_박인성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는 뜻밖에도 목장갑 낀 손을 뻗어 개의 머리를 천천히 쓸었다. 마치 방금 전 끔찍했던 폭행을 끝으로 전생의 지독한 악연이 풀리기라도 한 듯, 그의 손길은 자못 정성스럽기까지 했다. 불현듯 공격이 멈추고 주인의 손길이 다감해지자 축 늘어졌던 개의 꼬리가 시계추처럼 까딱까딱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핏물 섞인 분홍빛 침을 질질 흘리며 혀를 길게 뽑아 장갑 아저씨의 팔뚝을 살금살금 핥았다. (「개들이 식사할 시간」, 9~10쪽)
아버지의 폭로 이후, 장갑 아저씨를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벼를 베고, 사과를 따고, 비닐하우스를 치던 장갑 아저씨의 두툼한 손은 매일 아버지의 잔을 채우는 일에만 사용됐다. (……) 벌이가 시원치 않자 아저씨는 품팔이를 그만두고 뒤꼍에 천막을 지어 개를 잡아 팔기 시작했다. 노상 피비린내와 노린내를 풍기는 아저씨는 마을의 불가촉천민이었고, 언제 칼과 토치램프를 들고 사람들을 덮칠지 알 수 없는 잠든 살인마였다. (「개들이 식사할 시간」, 31~32쪽)
독배가 제 처를 본 척 않고 아기의 어깻죽지 아래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핏기 없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기가 넘게 울던 아기의 눈가에서 영롱한 눈물 몇 방울이 독배의 발치에 때깍때깍 떨어졌다. 젖은 눈에서 눈곱이 떨어졌을 리는 만무하여, 독배가 허리를 굽혀 방바닥을 구르는 작은 알갱이를 내려다보았다. 연한 황금빛이 도는 유백색의 알갱이는 마치 덜 자란 진주 같기도 했고, 뭉쳐놓은 사금처럼도 보였다. (「눈물」, 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