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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인문/사회
· ISBN : 9788954444866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20-09-28
책 소개
목차
글을 시작하며
1장 외세와 격돌한 결정적 장면
필사의 탈출 - 아관파천
조선, 미국과 싸우다 - 신미양요
기나긴 하루 - 칠천량해전
이순신의 바다 - 명량해전
2장 권력을 둘러싼 결정적 장면
아들,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다 - 제1차 왕자의 난
사모뿔을 빌리러 가는 길 - 계유정난
반란과 반정의 갈림길 - 인조반정
3장 더 좋은 세상을 향한 결정적 장면
근대화를 향한 꿈 - 갑신정변
나라를 구하러 가다 - 서울진공작전
참고 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경복궁 영추문 앞에 서면 여기저기 오가는 사람들과 바로 앞의 차도를 씽씽 달리는 차들로 정신이 없다. 다들 바쁘게 오가면서 길옆에 선 영추문을 무심하게 지나쳐 간다. 영추문은 그저 경복궁의 서문일 뿐이다. 심지어 바로 옆을 지나가는 전차의 진동 때문에 1926년 무너진 것을 1975년에 다시 세우면서 원래 위치보다 남쪽으로 약 45미터 정도 옮기는 바람에 역사적인 가치도 다소 퇴색된 편이다. 하지만 본디의 영추문은 조선을 뒤흔든 필사의 탈출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고종이 엄 상궁의 가마에 몸을 숨기고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난을 떠난 이유를 찾다가 ‘나비효과’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따로 놓고 봤을 때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사실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청일전쟁이 끝난 직후인 1895년 4월 23일, 도쿄 주재 러시아, 독일 그리고 프랑스 공사가 일본 외무성에 가서 서류를 하나 제출하면서부터였다.
“어떤가?”
김완의 물음에 박곤이 고개를 저었다.
“불타고 가라앉는 건 죄다 판옥선입니다. 어쩌다 이리 된 겁니까?”
박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울먹거리자 김완은 고개를 숙였다.
“나도 이렇게까지 참패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네.”
“그나저나 이제 어찌합니까?”
질문을 받은 김완은 몸을 일으켜 칠천도 쪽을 바라봤다. 콩을 볶는 것 같은 조총 발사음 사이로 판옥선에서 쏜 것 같은 단말마의 포성이 은은하게 들려왔다. 싸움이 거의 끝나 가는 것 같았다.
“일단 동태를 살펴보자. 싸움이 끝났으니 놈들이 돌아갈 거야. 그때 뗏목을 엮어서 이곳을 탈출한다.”
김완의 대답을 들은 박곤과 군졸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잠시 후, 나무토막에 몸을 의지한 조선 수군들이 섬을 발견하고는 필사적으로 헤엄치는 것이 보였다. 김완은 박곤과 함께 달려가 그들을 구조했다.
이방원의 집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서촌 자하문로에 세종대왕이 탄생한 곳이 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은 아버지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키기 1년 전인 1397년에 태어났다. 어쩌면 이방원은 부하들과 집을 떠나기 전에 잠이 든 세종대왕을 잠시 보고 떠났을 수도 있다. 자하문로에서 자하문로9길로 접어드는 사거리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길거리에 세종대왕이 탄생한 곳이라는 표지석이 보인다.
이곳에서 출발한 이방원은 자하문로를 따라 쭉 내려왔다가 지금의 경복궁역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광화문 앞 육조거리의 제일 끝에 있던 삼군부에 도착한다. 1923년 전차 부설 공사로 사라진 서남쪽 망루 서십자각에서 경계를 서던 병사들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챘을 것이다. 지금은 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다니고 사람들도 적지 않게 걸어 다니는 번잡한 곳이지만 당시 자하문로는 지금처럼 붐비지 않았을 것이다. 그곳을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타고 가는 이방원과 측근들을 마주친 사람들은 정말로 어리둥절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