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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4448499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2-09-28
책 소개
목차
나와 미니
방송부 면접
다차원
녹음 부스에서 생긴 일
수상한 목소리
선배 찾기
리스트 컷
현수 VS 세진
프린트의 비밀
CCTV에 찍힌 얼굴
내가 증언할까?
친구 아닌 친구
주머니 속에서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고등학생이 되면 방송부에 들어가고 싶었다. 내가 틀어 주는 음악을 들으며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꿈꿔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고 보니 우리 학교 방송부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기로 유명했다. 방송부의 우정은 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동기들끼리 친하고 선후배간의 유대도 끈끈해서, 학교 졸업장보다 방송부 경력을 더 쳐 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나는 끈끈한 우정이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내가 고른 곡이 교실과 교정에 울려 퍼지고 아이들이 그걸 들으며 “지금 나오는 노래 너무 좋아” 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세진이를 중심으로 우리 반에는 특별한 그룹이 있다. 아이들은 그들을 ‘다차원’이라고 불렀다. 다른 차원에 사는 아이들. 앞으로도 다른 차원에서 살아갈 아이들. 부러움과 선망이 섞인 호칭이었다. 세진이를 비롯한 네 명의 아이들은 학기 초부터 팀을 짜서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학원도 같이 다니고, 봉사도 같이 하고, 맞춤 과외까지 함께하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같은 반이다보니 과외 시간표 짜기도 편하고 봉사 시간을 맞추기도 좋을 것이다. 1학년이 되자마자 입시 팀을 꾸린다는 게 대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들의 입시 레이스는 지금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중학생도 아닌 초등학생 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 진행중이었을 것이다. 같은 교복을 입고 한 교실에 함께 있다고 해서 같은 세상에 사는 건 아니었다.
이어폰을 꽂고 플레이리스트를 누르려다가 멈추었다. 노래로 세상과 최소한의 담을 쌓으려는 순간, 누군가 그 경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경계에 선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 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조그맣게 속삭였다.
“내가 여태까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뭐라고 말 좀 해 봐요.”
한마디를 했더니 용기가 생겼다. 조금 더 크게 말해 보았다.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 주지 않아서 그래요.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혼자 중얼거리다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내 한숨 소리에 타인의 한숨 소리가 섞여 들렸다. 휴우우우, 그 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처럼 울리면서 마치 파도가 온몸을 휘감은 것처럼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누가 있다. 이어폰 너머에 누군가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나의 모든 감각이 얼어 버린 것만 같았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이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렸다.
“쯔쯔, 밥도 안 먹고 뭐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