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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26132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15-01-15
책 소개
목차
흰 두루미가 바라보는 곳은? 007
두견새 우는 밤, 사랑의 계절이 왔어요 032
정육점의 고기들 070
피 묻은 도마 103
손저울에 앉은 파리들 139
푸주한의 돼지들 189
돼지들의 합창 238
숨은 방 286
작가의 말 31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눈송이는 마치 박주가리의 씨처럼 가벼웠다. 한없이 넓은 하늘에서 내려와 작은 풍경과 탑 위에 내려앉은 눈은, 그러니까 기막힌 인연이나 다름없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강요해도 할 수 없는 그런 인연의 줄 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제 여기가 어딘지 알겠냐?”
고개를 끄덕였다, 옥자는.
“어디냐?”
“……세상 끝에 있는 정육점 같습니다. 고기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여긴 절간인데 왜 그렇게 생각하냐?”
“그냥 제 눈엔 자꾸만 그렇게 보여요.”
“그래? 그럼 정육점 구경 잘 하고 가라.”
큰스님은 전나무 숲 사이로 뚫린 언덕길을 올라갔다. 옥자는 스님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스님, 제가 살았어요? 죽었어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지하 곳곳에서 비명소리와 고함이 벽을 뚫고 건너왔다. 서러운 울음소리까지. 지하실의 구조는 단출했지만 살벌했다. 가운데에 놓인 탁자와 의자 두 개, 겉면에 타일을 붙여 만든 세면대와 그 옆 물이 고여 있는 좁은 탕, 배설물을 받아내는 데 쓰이는 양동이, 철제침대, 마지막으로 벽에 걸려 있는 각종 고문도구들. 창은 없고 오직 철문만 하나 있는데, 영원히 열릴 것 같지 않은 문처럼 보였다. 천장 가운데에 매달린 백열등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이 고문실의 모든 걸 묵묵히 비춰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