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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54635219
· 쪽수 : 552쪽
· 출판일 : 2015-02-27
책 소개
목차
1부 홈통 문제
2부 공학자 뉴베클로소프스키의 보편적인 다뉴브 강
3부 바하우에서
4부 카페 첸트랄
5부 성과 오두막
6부 판노니아
7부 안카 할머니
8부 불확실한 지도제작
9부 마토아스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강이 하늘과 인간의 시선에 노출된 눈에 보이는 물이라고 한다면, 이 홈통은 다뉴브 강이다. 여기까지 보면 보고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만일 다른 장소, 다른 순간에도 강변을 따라가면서 강물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매번 ‘다뉴브 강’이라고 말한다면 - 논리학자 콰인이 실제로 카이스트로스 강을 두고 했던, 이 반복 지시행위 이론과 지시적 정의 이론을 적용해본다면 - 우리는 마침내 다뉴브 강이라는 동일한 정체성에 가닿게 되는 셈이다. 다뉴브 강이 존재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고, 이 강은 중간에 끊어지지 않는다. 만일 아메데오가 숨을 헐떡이며 비탈을 오르면서 둘째손가락으로 브레크 강의 수원을, 이 수원에 물을 대주는 초원의 실개천을, 이 실개천에 물을 대주는 홈통을 가리키며 계속 ‘다뉴브 강!’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이 바로 다뉴브 강이다.
다뉴브 강은 종종 반反게르만주의의 상징적 후광에 휩싸인다. 순수 혈통을 고수하는 전설의 지킴이 라인 강과 달리, 다뉴브 강은 여러 민족이 서로 만나고 교차하고 섞이는 기나긴 강이다. 빈, 브라티슬라바, 부다페스트, 베오그라드, 다키아의 강이며, 그리스 세계를 둘러싸고 있던 대서양처럼 합스부르크가의 오스트리아를 가로지르며 둘러싸고 있는 긴 벨트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신화와 이데올로기는 자신의 제국을 국가를 넘어서는 다원적 코이네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황제는 ‘나의 여러 백성’을 위하여 존재하고, 제국의 노래가 열한 개의 다른 언어로 불리는 제국을 만들었다. 다뉴브 강은, 게르만 제국과 종종 논쟁적으로 대립하는 게르만-마자르-슬라브-로망스-유대의 중부유럽, 요하네스 우르치딜이 프라하에서 칭송했던 ‘힌터나치오날hinternational’ 세계 제국, 즉 ‘민족들을 아우르는’ 세계다.
다뉴브는 오스트리아의 강이다. 그런데 역사가 모순을 제거하면서 모순을 해결한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 것도 오스트리아다. 한계를 넘어서고 없애는 통합을 불신하고, 미래는 죽음에 좀더 가까이 간다고 생각하여 미래를 불신한 것도 오스트리아다. 오늘날 노쇠한 오스트리아는 종종 우리의 고국같이 느껴진다. 왜냐하면 노쇠한 오스트리아는 자신들의 세계가 미래를 가질 수 있을까 의심하고, 노쇠한 제국의 모순들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그 해결책이 이질적 속성을 많이 갖고 있는 제국에서 몇몇 본질적인 요소마저 파괴해 결국 제국의 종말을 초래할 뿐이라고 여겨 오히려 그 해결책을 미루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나라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