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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시인

무명시인

함명춘 (지은이)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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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시인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무명시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37466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15-11-15

책 소개

문학동네 시인선 74권.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1998년 첫 시집 <빛을 찾아선 나뭇가지>를 낸 뒤 지금껏 잠잠했던 그가 오랫동안의 침묵을 깨고 두번째 시집을 상재했다.

목차

시인의 말
고요 일가(一家)
오리나무부부
분천역에서
무명시인
향수다방이 있는 마을
겨울 동화
춘화
돌멩이
구화학교 1
구화학교 2
구화학교 3
그곳
세상에서 제일 긴 의자
은어
모란의 집
빨간 모자
설국(雪國)
헌인릉에서
구파발역에서 지축역까지
정선 국수
전과자
벽시계
귀향
물고기
화석
새우전(傳)
몽유도원도
나뭇가지
순옥이 누나 별
모형비행기
뒤꼍나무
간식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지팡이
하학길
동춘천국민학교
산중여관 1
산중여관 2
산중여관 3
구름 위의 식사
불영사, 풍경에 쇠줄을 걸고 사는 물고기는
연꽃과 거북이
각화사
민들레
가을의 전설
산해경(山海經) 근처
눈이, 흰 양들이
봄여름가을겨울
칠월
춘천
생가
간이역
메기의 추억
결행(決行)
사랑채 소사(小史)
산다화(山茶花) 나무 사이로
청담동
저녁의 부메랑
홍길동
자작나무숲에서

해설|시간에 저항하는 기억
|양재훈(문학평론가)

저자소개

함명춘 (지은이)    정보 더보기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빛을 찾아나선 나뭇가지』 『무명시인』 『지하철엔 해녀가 산다』를 냈으며, 편운문학상을 수상했다.
펼치기

책속에서

그는 갔다 눈도 추운 듯 호호 손을 불며 내리는 어느 겨울,
가진 것이라곤 푸른 노트와 몇 자루의 연필밖엔 없었던
난 그가 연필을 내려놓은 것을 본 적이 없다
아니, 한 두어 번 부러진 연필을 깎을 때였을까
그가 연필을 들고 있을 때만큼은 언제나
바나나 같은 향기가 손에 와 잡히곤 하였다
그는 마을 어귀 가장 낮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마당엔 잎이 무성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밤낮없이 그는 푸른 노트에 무언가를 적어넣었다, 그러면
나비와 새 들이 하늘에서 날아와 읽고 돌아가곤 했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시인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이름은 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인기척이라곤 낙엽 같은 노트를 찢어대는 소리일 뿐
아니, 밤보다 깊은 울음소릴 몇 번 들은 적이 있었을까
난 그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다 하기야
나무와 새와 바람과 별 들이 그의 유일한 독자였으니
세상을 위해 쓴 게 아니라 세상을 버리기 위해 쓴 시처럼
난 그가 집 밖을 나온 것을 본 적이 없다
잠자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먹는 것도 본 적이 없다
밤낮없이 그는 푸른 노트에 무언가를 자꾸 적어넣었다
더이상 쓸 수 없을 만큼 연필심이 다 닳았을 때
담벼락에 도무지 읽을 수 없는 몇 줄의 시를 새겨넣고
그는 갔다 눈도 추운 듯 호호 손을 불며 내리는 어느 겨울
무명시인
끝내 그의 마지막 시는 세상 사람들을 감동시키지 못했다
그 몇 줄의 시를 읽을 수 있는 것들만 주위를 맴돌았다
어떤 날은 바람과 구름이 한참을 읽다가 무릎을 치며 갔다
누군가는 그 글이 그가 이 세상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발표한 시라 하고
또 누군가는 그건 글도 시도 아니라고 했지만
더이상 아무도 귀에 담지 않았다
그가 떠난 집 마당, 한 그루 나무만 서 있을 뿐
도무지 읽을 수 없는 몇 줄의 시처럼 세월이 흘러갔다, 흘러왔다
-「무명시인」



할머니와 지팡이는 늘 함께 다녔습니다
인연을 맺게 된 건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로부터
한 달쯤이었나, 밭둑에 버려진 것을
할머니가 주워온 후부텁니다
어디 하나 성한 데 없는 몸을 잘 다듬어서
돌담 양지 바른 곳에 말렸는데
다음날 아주 튼튼한 지팡이가 되어 있더랍니다
그후부터 지팡이는 할머니가 잠들면
깰 때까지 밤새도록 마당에 서서 기다렸고
뒷간에 가실 때도 문고리에 기대어 떠나질 않았습니다
마실을 가는 날엔 늘 할머니보다
한 걸음 먼저 앞장을 서서 길을 살폈습니다
한눈을 팔지 않았고 딴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지팡이는 한 뼘 정도 할머니보다 키가 컸는데
할머니 허리가 점점 꼬부라지면서
지팡이는 할머니보다 더 키가 커져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팡이와 할머니 키가
딱 맞은 물결이 되어 언덕을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저 보이지 않는 밑바닥에서 지팡이는
할머니와의 키를 맞추기 위해
진 길 마른 길 고르지 않고 다니면서
제 뼈와 살을 깎아댄 것이었습니다
더이상 할머니가 작아질 힘조차 없게 되었을 때도
지팡이는 불 꺼진 집 같은 할머니 곁을
한 걸음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의 유언대로 시냇가가 잘 내다보이는
동네 어귀쯤에 하관을 하던 날
도대체 지팡이가 어떤 신통력을 발휘했는지
아버지를 불러 자신을 관 속에 넣게 했습니다
죽음까지 지팡이는 할머니를 따라간 겁니다
-「지팡이」 전문

먹고사는 일에 저만큼 떠밀린 시(詩) 한번 써보고
기척이라곤 소달구지처럼 삐걱거리는 바람 소리뿐인
저 먼짓길 끝까지 갔다가 돌아와보는 거
-「분천역에서」 부분

구파발역에서 지축역까지
한 이삼 분이면 사라지고 말 철길
이제는 근사한 차나 한 채의 아파트를 갖는 데에
가끔 사용되는 꿈, 어딘가에 흐르고 있을
배롱나무 노랫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본다
-「구파발역에서 지축역까지」 부분

내 미소의 갈피갈피에 꽂아준 겸손이 얼마나 큰 욕망의 북이었는지 알겠다

그간 걸었던 나의 한 걸음 한 걸음이 그 큰 북을 두들겨댔던 북채였으니

-「각화사」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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