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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4638258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15-10-30
책 소개
목차
모색중인 것에 대한 노트 11
살다habiter 동사의 몇 가지 용례에 대해서 15
내 작업대에 있는 물건들에 관한 노트 19
되찾은 세 개의 방 25
책을 정리하는 기술과 방법에 대한 간략 노트 29
열두 개의 삐딱한 시선 39
계략의 장소들 51
나는 말레와 이삭을 기억한다 63
초보자를 위한 여든한 개의 요리 카드 77
읽기: 사회-생리학적 개요 95
이상 도시를 상상하는 데 있어 존재하는 난관에 대하여 111
안경에 대한 고찰 113
‘생각하기/분류하기’ 127
서지 사항 149
인명 사전 151
작가 연보 169
주요 저술 목록 177
작품 해설 183
리뷰
책속에서
동시에 기억의 파산 같은 것이 일어나리라. 모든 것을 적어두지 않으면 달아나버리는 이 삶에서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다는 듯, 나는 잊는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남긴 흔적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공포심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나는 광적으로 보관하고 분류하게 되었다. 나는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지겹게 되풀이되어 사람을 지치게 하는 그런 곡예를 그만두고 내 이야기와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던 마음의 변화가, 너무도 느릿느릿하게 일어났다고만 말하리라. 바로 그것이 정신분석의 과정이었으나 나는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 우선은 그 뒤편에다 글쓰기를 향한 욕망을 감춘, 이 방벽과도 같은 글쓰기가 부스러져야 했고, 완전히 형성된 기억의 성채가 침식되어야 했고, 내 궤변의 피난처가 산산이 부서져야 했다. 내 발걸음을 되찾아야 했고, 지나온 뒤 모든 통로를 끊어버렸던 그 길을 다시 찾아나서야 했다.
읽는다는 것이 어떤 책을 읽고, 기호를 해석하고, 행을 뭉텅이로 훑고, 페이지를 독파하고, 한 방향으로 가로지르는 것만은 아니다. 저자와 독자의 추상적인 소통, 관념과 귀耳의 신비스러운 결합인 것만도 아니다. 그것은 동시에 지하철의 소음이거나, 기차 객차의 흔들림, 해변에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와 약간 떨어져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고함소리, 욕조에 담긴 더운물의 느낌, 잠들기를 기다리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