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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54692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19-01-23
책 소개
목차
화장실 가이드 _007
자살 관광특구 _037
벽 _067
무정란 도시 _097
악몽 조각가 _131
공터 _161
혀 _191
골목의 이면 _217
주 _245
해설|복도훈(문학평론가)
토템과 터부 _271
작가의 말 _29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화장실은 언제나 어딘가의 구석에 자리한다. 조금은 비밀스럽고 사적인데다가 청결과 불결이 공존하는 곳이라면 으레 그래야만 한다는 듯이.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화장실에서 꽤 여러 가지 기이한 일들을 겪을 수 있다.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도 그러한 현상 가운데 하나다. 1년에 100만 명당 0.5명꼴로 화장실 실종사건은 실제로 일어난다. 나 역시 그 일을 직접 경험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내가 사람들에게 도시의 여러 화장실을 안내하는 화장실 가이드가 된 것도 그 때문이다. 화장실을 안내하러 다니다보면 언젠가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줄곧 나오지 않고 있는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_「화장실 가이드」
‘그곳에 가면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대.’ 그녀는 언제부턴가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내게 들려주었다. 처음에는 그녀가 걱정되었지만 계속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말을 듣다보니 그즈음에는 심드렁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마치 휴양지 같네.’ 나의 말에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이 시원하게 웃고 나서 말했다. ‘나 같은 사람들에겐 휴양지나 다름없지. 믿어져? 죽으러 가는 자리가 가장 마음 편한 곳이라는 게?’ _「자살 관광특구」
처음에는 집회가 시끄럽긴 해도 나름 질서를 지켜가며 진행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무질서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서로에게 욕을 해대며 시위는 과격해졌다. 집회 주동자가 흥분한 참가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벽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맞은편에서 집회를 벌이던 사람 하나도 벽 위로 올라섰다. 벽에 올라선 두 사람은 원래의 목적을 잊고 이내 서로를 향해 고함을 치며 언쟁을 벌였다. 광장을 둘러싼 경찰은 위험하니 어서 빨리 벽에서 내려오라는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그때 벽이 갑자기 1미터가량 빠르게 솟구쳤다. _「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