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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54845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19-02-03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다 옛날 일이잖아요
미행 / 소금 창고 / 입김 / 홀수의 방 / 숲속의 집 / 하얀 흑인 소녀 / 의자 / 방문 / 방, 물속에 가라앉은 / 홀수를 사랑한 시간 / 잉여들 / 파도 속으로 / 불과 얼음을 만들었다 / 창문 닦는 사람 / 눈사람의 봄날 / 페인트공의 구두 / 태양극장 버스 정류소
2부 영원을 껴안았지만 영원히 사라져버린 사랑이 있다
버스 정류소에 앉아 있는 셋 / 키스를 매달고 달리는 버스 / 참새 / 월력 / 별 / 성게 / 슬픈치, 슬픈 / 달의 왈츠 / 거미줄에 걸려 있는 마음 / 누구의 세계입니까? / 종이배를 접지 못하여 / 섬 / 공터 / 삵 / 혀의 지도 / 어항 / 구두
3부 다 알고 있으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문장을 쓰고 있어요
혀 / 입술, 죽은 꽃나무 앞에서 / 숨겨진 방 / 난로 / 기러기 / 황금빛 울음 / 오늘의 믿음 / 울음이 텅 빈 뼛속을 흘러갈 때 / 타인의 일기 / 안부 / 해운대 밤 풍경 / 항구의 아침 / 해양극장 버스 정류소 / 꿈속의 비행 / 구름치 버스 정류장 / 삼월 / 유서 깊은 얼굴
해설|사랑은 서로에게 망명하는 일 - 박서영의 시세계
|장석주(시인·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헝겊 인형을 주워왔다
의자에 앉힌다
나는 1인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인형이 사라지면, 사라지면
사라진다는 것은 그다지 멀리 가는 게 아니다
인형이 의자에서 떨어져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건 사라진 것이다
인형은 절벽을 경험하겠지
나는 꽃병에 꽂을 부추꽃과 코스모스를 꺾으러 나간다
인형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사라진 것이다
인형은 이별의 절벽을 경험하겠지
사라진다는 것은 문을 열고 나가
문 뒤에 영원히 기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다지 멀리 가지도 못하면서
너무 멀리 가버린 것들의 차가워진 심장
내가 꽃을 들고 올 때까지 인형은 의자에 앉아 있다
자신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적이 있다는 것을
그 바로 옆이 꽃밭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헝겊 인형이
의자에 앉아 미소 짓고 있다
─「의자」 전문
쨍그랑, 나무를 비추던 밤하늘은 깨지고
창문은 벗기는 것보다 깨트리는 게 더 쉽지만
열려 있는 내 창문으로 누군가 던진 돌과 새들의 시체는
방 가득 쌓여 천천히 깃털이 돋아나고 있다
창문은 저 세상이 내게 보낸 애틋한 유물 중의 하나였으니
수많은 고통을 탐사한 결과
뒤통수나 뒷면엔 영원히 채워지지 않은 구멍이 있어
그 구멍을 다 통과해야 인간의 몸은 잿더미가 될 것이다
―「창문 닦는 사람」 부분
실종은 왜 죽음으로 처리되지 않나
영원히 기다리게 하나
연락두절은 왜 우리를
노을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항구에 앉아 있게 하나
달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앉아 있게 하나
바다에 떨어진 빗방울이 뚜렷한 글씨를 쓸 때까지
물속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게 하나
─「성게」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