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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71323
· 쪽수 : 160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005
1부 새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여전히 슬픈 날이야, 오죽하면 신발에 달팽이가 붙을까/ 약속된 꽃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묻는 말들/ 나는 바다가 채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다/ 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 첫 눈물 흘렸던 날부터 눈으로 생각해요/ 참고 있느라 물도 들지 못하고 웃고만 있다/ 싹부터 시작한 집이어야 살다가 멍도 들겠지요/ 섬은 우산도 없이 내리는 별을 맞고/ 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다녀왔다/ 바다를 통해 말을 전하면 거품만 전해지겠지/ 동경은 편지조차 할 줄 모르고 036
2부 싹
초록과 풀잎 같은 것들은 항상 곁에 있는데 보이질 않더라고요 그날부터였을 거예요/ 해의 동선/ 달이 찌는 소리가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니/ 털어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요/ 환기를 시킬수록 쌓이는 것들에 대하여/ 빛이 밝아서 빛이라면 내 표정은 빛이겠다/ 필 꽃 핀 꽃 진 꽃/ 빈 그릇에 물을 받을수록 거울이 넓어지고 있어요/ 가만히 있다보니 순해져만 가네요/ 코스모스가 회복을 위해 손을 터는 가을/ 말보단 시간이 많았던 허수아비/ 누워서 등으로 섬을 만지는 시간/ 깊은 맛이라는 개념은 얕은 물에만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나를 기다리다 내가 오면 다시 나를 보낼 것 같아
3부 눈
선명해진 확신이 노래도 부를 수 있대요/ 눈 감으면 나방이 찾아오는 시간에 눈을 떴다/ 장미가 우릴 비껴갔어도 여백이 많아서 우린 어쩌면/ 투명한 외투를 걸쳤다면 할일을 했겠죠/ 나를 받아줄 품은 내 품뿐이라 울기에 시시해요/ 그게 아니라 취향, 취향/ 아무리 기다려도 겨울만 온다/ 바다는 아래로 깊고 나는 뒤로 깊다/ 귤의 이름은 귤, 바다의 이름은 물/ 나비라서 다행이에요/ 마시면 마실수록 꺼내지는 건/ 하나 남은 바다에 부는 바람/ 산수국이 나비인 줄 알고 따라갔어요/ 잘 산 물건이 있나 가방을 열어봤어요/ 내가 담근 술은 얼마나 독할까요/ 하고 싶은 말 지우면 이런 말들만 남겠죠
4부 물
눈물이 구부러지면 나도 구부러져요/ 서운한 감정은 잠시라도 졸거나 쉬지 않네요/ 눈동자 하나 없는 섬을 걸었다/ 하늘에 갇힌 하늘/ 저녁 먼저 먹을까, 계절 먼저 고를까/ 그늘을 벗어나도 그게 비밀이라면/ 입에 담지 못한 손은 꿈에나 담아야 해요/ 물잔에 고인 물/ 조개가 눈을 뜨는 이유 하나 더/ 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투명해진다/ 노을 말고, 노을 같은 거/ 꿈결에 기초를 둔 물결은 나를 대신해서 웃는다
해설│자연에서 자유까지 - 웃는 사람 이원하
│신형철(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마음이 두 개이고
그것이 짝짝이라면 좋겠어요
그중 덜 상한 마음을 고르게요
덜 상한 걸 고르면
덜 속상할 테니깐요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요,
가로등 불빛 좀 밟다가 왔어요
_「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다녀왔다」 부분
나는 밝은 곳에 갇혀 살면서도
바라는 것이 많아요
빛이 나를 뒤흔들었으면 좋겠어요
주머니에 갇혀 살면
과일이 되고 싶을 거고요
소원이 이루어진 다음날 아침에는
또다른 소원을 빌 것 같아요
아픔도 거뜬히 원해요
_「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 부분
나요
오랜 미련에 색이 남아 있다면
손바닥으로 전부 문지를 거예요
왜냐하면요
그 미련들은 현재의 나와
함께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문지르다가 손에 색이 옮겨붙으면
새끼손가락만 빼고 다 버릴 거예요
약속은
현재에서도 살아야 되니까요
꿈자리처럼 지켜야 하니까요
_「입에 담지 못한 손은 꿈에나 담아야 해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