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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

이원하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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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161125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0-06-08

책 소개

첫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를 펴내며 신선한 시와 독보적 재능으로 이름을 알린 이원하 시인의 첫 산문집. 시인이 되기 위해 제주로 내려가 살면서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시를 쓴 시작기詩作記이자 동시에 사랑하는 상대에게 전하는 고백과도 같은 산문들이 낱낱이 담겨 있다.

목차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동경은 편지조차 할 줄 모르고
눈 감으면 나방이 찾아오는 시간에 눈을 떴다
서운한 감정은 잠시라도 졸거나 쉬지 않네요
당신이 꽃으로 글을 쓸 때 나는 당신으로 시를 쓰지요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긴 하루의 동선
여전히 슬픈 날이야, 오죽하면 신발에 달팽이가 붙을까
조개가 눈을 뜨는 이유 하나 더
바다는 아래로 깊고 나는 뒤로 깊다
이 시계는 느리게 가니까 다른 걸 쳐다보라고 했어요
입에 담지 못한 손은 꿈에나 담아야 해요
섬은 우산도 없이 내리는 별을 맞고
한입 크기의 연어 조각으로 오늘을 지우고 싶어
코스모스가 회복을 위해 손을 터는 가을
필 꽃 핀 꽃 진 꽃
첫 눈물을 흘렸던 날부터 눈으로 생각해요
약속된 꽃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묻는 말들
아무리 기다려도 겨울만 온다
더 중요한 건 말하지 않아도 돼
싹부터 시작한 집이어야 살다가 멍도 들겠지요
선명해진 확신이 노래도 부를 수 있대요
네팔에서의 밤들
네팔에서의 날들
빛이 밝아서 빛이라면 내 표정은 빛이겠다
빈 그릇에 물을 받을수록 거울이 넓어지고 있어요
바다를 통해 말을 전하면 거품만 전해지겠지
풀로 뒤덮인 길과 팔짱을 끼던 날이었어요
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다녀왔다
동백은 예쁘고 할말을 숨긴 소녀
그는 나보다 아름다워요
그늘을 벗어나도 그게 비밀이라면
귤의 이름은 귤, 바다의 이름은 물
가만히 있다보니 순해져만 가네요
하고 싶은 말 지우면 이런 말들만 남겠죠
장미가 우릴 비껴갔어도 여백이 많아서 우린 어쩌면
참고 있느라 물도 들지 못하고 웃고만 있다
비어 있는 모든 집들은 그가 사는 집이다
나는 바다가 채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다
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투명해진다
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

제주를 떠나 있어 보려고요
‘부다페스트’라고 발음하면 어떻게 들려요?

책속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자꾸 계산을 하게 되었어요. 내 얼굴이 별로 안 예뻐서 제주에 안 오나 싶어 종일 거울만 본 날도 있었어요. 거울을 봐도 안 오고, 거울을 두드려도 안 오니 편지 아닌 편지를 쓰게 되었는데 그 편지의 첫 문장이 이렇게 시작해요. 저 아직도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_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중에서


고백은 내 입술에 살아요. 여기서 오래 살았어요.
_ [눈 감으면 나방이 찾아오는 시간에 눈을 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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