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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72993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0-06-29
책 소개
목차
1부 나무에 걸린 은유
회진/ 한파주의보/ 허밍/ 처방전/ 나무에 걸린 은유/ 폭설 카페/ 일요일/ 어성전/ 비 오면 누구라도/ 풍문/ 정전/ 가까이/ 정선 몰운대/ 명랑극장/ 첫/ 연말/ 취소
2부 다짐 비슷한 습성
후유증/ 신사역/ 카페 차희(茶喜)의 수사학/ 대관령/ 섬망/ 편의점/ 나무공화국/ 삼십 년?1988년 11월 12일/ 상수와 고수/ 수면유도제/ 요양/ 오 분의 일/ 새해라서 당신/ 오 분
3부 비다듬는 다정
준비/ 겸상/ 중흥사?허수경 시인을 추모함/ 연인/ 담양호/ 외출의 유물론/ 본색/ 초대/ 근황/ 현금 인출기/ 제야(除夜)/ 독바위역/ 문진
4부 사람은 그리지 말고 꽃만 보는 것
안부/ 장마/ 기도/ 파편들/ 내린천/ 단풍유혼(丹楓幽魂)/ 구름 감별사/ 와온/ 디테일/ 이사/ 무임승차/ 여덟시/ 귀신/ 늦깎이/ 귀촌/ 퇴원
해설| 부서져 열린 자의 삶과 사랑
| 김수이(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러시면 큰일난다고 울먹이는 막내
링거 자국 어지러운 아비의 팔을 잡아 흔든다
장남은 바위라도 깨버릴 듯
주먹 쥔 채 돌아선 등이 출렁거린다
응급실에 실려간 이후로 처음 피운 담배 연기가
등신, 네 갈망은 원래 이런 맛이었다며 비웃는다
입원 한 달 만의 외출에 저지른 짓이
별일 없다고, 이번만 꼭 한 번이라고
담배를 피워버린 것
돌벅수만큼 든든한 아들들은 제 눈물에 잠겨 있다
눈만 마주쳐도 울음이 흥건해지는 아비에게
아들 둘과 아내가 새로 보였다
-「풍문」 부분
완치는 없다 한다
발음은 반듯해지고 걸음까지 정상이라 대답했다
파르티잔 전법으로 시도 때도 없이
마비 후유증에게 습격당하는 왼쪽 몸이
난감할 뿐이라고 웃었다 불안을 감췄다
말끔하게 병을 씻어낸다는 완치는 없고
근처까지는 도달한다는 뜻으로 근치(近治)라고
의사는 항우울제 같은 미소를 내민다
선생님 혹시, 애착을 아시느냐고 물을 뻔했다
도무지 닿지 못할 것만 같은 사람을 향해
무작정 출항하던 청춘의 새벽을 기억하느냐고
낭만을 비웃을 뻔했다
액자에 넣어두고 싶었던 밤을 후회한 적 있느냐며
그런 상처야말로 완치가 아니라 근치일 거라고 동의했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근육이 마비로 남은 탓인지
92병동의 뇌손상 환자들 표정은 제각각이다
인지가 살아난 그들의 표정은
망가진 육신에 슬픔이 도착하면서 모두 비슷해진다
근치 판정까지 받은 나는 왜 그들과 흡사한 표정인지
도무지 도달하지 못할 것만 같은 완치는 어디인지
가만가만 왼손을 만져보는 것이다
-「가까이」 전문
내 안의 꽃이 다 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꽃이 보인다
만발해 너울거리는 자태보다
잔바람에 떨어져 낡아가는 꽃잎들이 먼저 보인다
-「나무에 걸린 은유」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