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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76335
· 쪽수 : 372쪽
책 소개
목차
토란 … 007
마른 날들 사이에 … 047
비하리에서, 나는 … 081
불두화 … 111
파꽃 … 147
이 땅의 낯선 자 … 181
도마령 … 215
거미집 … 249
미노 … 281
그 재난의 조짐은 손가락에서 시작되었다 … 313
해설│이지은(문학평론가)
그녀의 이름들 … 343
작가의 말 … 366
저자소개
책속에서
도대체 부부란 무엇인가? 적인가, 동지인가. 그와 그녀의 관계를 단적으로 설명하긴 힘들다. 명백히 동지는 아니고 그렇다고 적으로 단정하기에도 다소 의아한 데가 있다. 둘이 싸워서 한쪽이 지면 이긴 쪽이 진 쪽을 보고 쾌감을 느껴야만 적의 관계가 성립이 되는데 이들의 양상은 다르다. 싸움 끝에 벌렁 나자빠진 상대를 보면 그 남루한 꼴이 보기 싫고 미워서 다시 싸우고 상처받고 또 싸우고…… 그들은 싸우기 위해 태어나고 싸우기 위해 맺어진 부부처럼 보였다. _「토란」
남자의 눈에 산장이 고요해 보였고, 고요한 산장이 마음에 들었다는 남자의 말이 우스워서 여자는 웃었다. 고요라니…… 권태가 덕지덕지 쌓인, 보지 말았어야 할 인생의 비밀을 일찍 엿본 죄로 삶에 대한 정열이나 어떤 희망도 품지 않는 한 여자가 만들어내는 푸석푸석한 마른 날들의 풍경이 타인의 눈에는 고요하게 비칠 수도 있다니. _「마른 날들 사이에」
사내는 마룻바닥 대신 나경의 가슴에 발자국을 새기고 도망쳤다. 나경은 시커먼 발자국이 찍힌 가슴을 닦아내지 않고 지퍼를 채우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어린 그녀는 몰랐다. 지퍼로 잠가진 가슴은 시간이 지날수록 먼지가 쌓이고 발자국도 점점 또렷해진다는 것을. _「비하리에서,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