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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862276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8-11-3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8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감잎초밥 & 충북 영동의 감잎초밥 ◆ 13
고사리조기찜 ◆ 19
뜬비지찌개 & 발효비지 ◆ 25
가죽자반 & 가죽장아찌 ◆ 32
종가의 부추김치 ◆ 38
진달래화전 ◆ 44
콩죽 & 쑥콩죽 ◆ 50
LA 다운타운 동파육 ◆ 56
두릅산적 & 두릅장아찌 ◆ 61
보리굴비 & 보리고추장굴비 ◆ 67
영계백숙 & 치킨수프 ◆ 73
올갱잇국 ◆ 80
국수 & 대구 누른국수 ◆ 86
청양고추멸치비빔장 ◆ 93
옹심이메밀칼국수 ◆ 99
메기매운탕 ◆ 105
명태회막국수 ◆ 111
해물찜 & 불곰탕 ◆ 117
프랑스식 후식 소르베 & 숭늉 ◆ 124
메인 요리 & 사이드 요리 ◆ 131
MIT 공과대학 기숙사의 배추전 ◆ 137
장터국밥 ◆ 143
옛날 부추전 ◆ 149
들깨미역국 ◆ 155
불고기 ◆ 161
갱시기 & 갱죽 ◆ 168
추풍령 감자탕 ◆ 174
짱뚱어탕 ◆ 181
간장게장 ◆ 187
복백불고기 ◆ 193
굴깍두기 ◆ 199
우거지된장국 ◆ 205
모둠전전골 ◆ 211
송화다식 ◆ 217
쌀강정 & 뽀빠이강정 ◆ 223
도렐 커피 ◆ 229
목장우유 ◆ 235
교동시장 깐 소라 ◆ 241
무말랭이밥 ◆ 247
냉이호박고지강된장 ◆ 253
병어조림 ◆ 259
우메보시주먹밥 ◆ 265
피시타코 ◆ 271
그린커리 ◆ 277
족발냉채 ◆ 282
리뷰
책속에서
무주댁은 우그러진 양은 냄비에 고사리조기찜을 자작자작 잘도 끓였다. 깊은 밤 베개를 안고 무주댁의 집으로 숨어들면 물큰하게 풍기던 술지게미 냄새. 젓가락으로 바른 조기의 연한 살점을 고사리로 휘휘 감아 내 입으로도 한 숟갈 쏙, 당신도 술안주로 한 숟갈 쏙.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홀로 부르는 무주댁의 기나긴 노래에 별도 달도 숨죽이던 그 밤들.
꼭 이맘때, 학교 파하고 집에 오면 뚜껑이 닫힌 연탄불 위에서 뜬비지찌개가 은근하게 끓고 있었다. 봄동겉절이와 달래무침 등 봄나물 일색인 식탁에 뜬비지찌개를 올리면 별안간 밥상이 수런거리며 그들먹해진다. 뜨거운 밥에 봄동겉절이를 넣고 찌개를 훌훌 끼얹어 비비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 청국장처럼 오래 발효시킨 뜬비지는 생비지보다 부드럽고, 고소한 콩비지의 향이 봄나물의 풋내를 잡아주기 때문에 뜬비지찌개는 초봄에 어울리는 요리일 뿐만 아니라 소화에도 그만이다.
그날 설거지를 도우며 노종부의 갈퀴 같은 손을 봤다. 작가의 필력이 무르익으면 설렁설렁 써도 글에 윤기가 흐르듯 손맛도 그러하다. 눈 감고 양념을 대강 넣어도 간이 딱딱 맞는다. 나는 그걸' 간의 신'이 내린 손이라고 표현한다. 그런 손은 항상 물에 불어서 울퉁불퉁하고 못났다. 고운 손을 가진 사람이 요리를 잘한다고 하면 그건 100퍼센트 거짓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