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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41614737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5-12-15
책 소개
목차
나의 마지막 조선 _007
작가의 말 _315
참고 문헌 _318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던 날에 일등내시가 되겠다던 다짐은 그때뿐, 나는 사춘기를 혹독하게 치렀다. 폭발 직전의 화약고 같았다. 왜 나를 위하며 살지 못하고 타인에게 쓰임당하는 존재여야만 하나. 인간의 삶이 역경의 연속인 건 받아들이겠으나 자율성마저 배제된 삶이라니. 태생부터 자존감이 결여된 비굴한 존재인 것 같았고 창자를 빼놓고 이행하기 마련인 직업적 비굴함―특히 왕의 대변 색깔과 냄새를 확인하는 것―이 세상의 모든 비굴을 불러와 그 곱에 곱을 더했다. 나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아버지와 달리 비굴이라는 단어에 휘감겨 있었다.
작금의 조선이 흔들리는 것은 나라가 허약하고 가난하기 때문이 아니라 나랏돈을 훔치는 도적떼가 들끓어서, 라는 사헌부 지평의 말이 저자에 오랫동안 나돌았다. 지평의 실패가 곧 나의 실패인 양 이 사건의 흐지부지한 결말이 마음속의 상처로 남았다.
내시들의 꿈은 한결같았다. 일등내시가 되어 왕을 모시는 것인데 나는 고작 대궐의 문지기였다. 그래도 다른 내시에 비하면 유리한 편이다. 사고를 치지 않으면 언제든 지근거리에서 전하를 모실 수가 있다. 그러나 상책 상전 상약 상다 상온의 계단을 차곡차곡 밟고 올라가 아버지처럼 늙은 뒤에나 가능했다. 대감은 지금 그 많은 계단을 건너뛰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함구하라고 배웠으나 그건 내 방식이 아니었다.
“그리 하문하심은 미천한 소인이 좁은 소견으로 헤아릴 뜻은 아니겠지요.”
“자네가 생각한 그대로일세.”
단전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솟구쳤다.
“승하하신 두 임금은 섬겨도 살아 계신 두 임금은 섬기지 않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