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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80172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22-09-07
책 소개
목차
1부 바람 불고 고요한
앵두/ 앵두꽃/ 풀의 무게/ 바람 불고 고요한/ 이월 블루스/ 저렇듯 작은 기미들이/ 산자락 아래 봄 햇살/ 봄날, 노근란도를 그리다/ 진눈깨비/ 파위교/ 초롱이 생각/ 춘몽/ 무화과는 미풍에 시들어가고/ 먼 강물과 덜컹거리는 산그늘과 분홍수련과/ 한날한시/ 몬순 시절/ 산유리에 해가 진다/ 밤의 해변에서
2부 포무의 세계
김치박국 끓이는 봄 저녁/ 이 별에서 붐비는 것들/ 밥꽃/ 피었는가 하면/ 토마토/ 빗낱에 씻기는 항아리들/ 추석 명절 오후/ 대나무꽃/ 엄마/ 드림캐처/ 작별인사/ 과녁/ 포무의 세계/ 월담
3부 혹은 당신 혹은 고양이
노래가 왔다/ 세상의 오후/ 혹은 고양이 혹은 당신/ 고양이장마/ 불 꺼진 눈/ 한계령/ 봄의 파동/ 향기의 집은 어디일까/ 그 나무 아래 햇빛/ 잔반/ 고양이 밥값/ 시월 오후/ 오줌 누고 똥 누는 일의 신성/ 혹은 당신 혹은 고양이
4부 꽃잎 너머
랑탕 크레바스/ 꽃잎 소리/ 냉담/ 끝없는 오후/ 여행/ 나뭇잎 엽서/ 겨울 선착장/ 모과의 눈/ 夢/ 낮달/ 나의 죽은 개를 위하여/ 흉터/ 저 빨강색이 코치닐이란 말이죠?/ 노래가 쏟아지는 오후/ 또 한 잎 검은 모란/ 성대/ 삶이라는 극약/ 비밀 중의 비밀/ 꽃잎 너머
해설 | 언어 세공의 트윈 픽스, 그 문학사적 의미
정과리(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가 사는 곳은 지대가 제법 높아
바람 거세고 비가 잦은 편이다
밤이면 인기척이 없어도
현관의 센서 등이 갑자기 켜질 때가 있는데
센서를 가동하여 등을 켜는 놈들은
대개가 무당벌레들이다
거기가 사랑을 나누는 최적의 장소인 듯
불이 들어올 때의 이 녀석들은
암수 한 쌍이 바짝 들붙어 있다
잊혀진 기억들 문득 되살아나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 때도
저렇듯 작은 기미들이
영혼과 신체의 재봉선,
그 어스름 내린 불수의근에 가만가만
황홀한 센서 등을 켜는 것은 아니겠는지!
_「저렇듯 작은 기미들이」 전문
해질녘, 저 박명의 시간
여름꽃 향기 더없이 짙어지는 블루 아워에
물골안 파위교로 날아드는 뭇 새들은
봄꽃 나무 텅 빈 가지 흔든다
매화말발도리, 매화말발도리……
납작한 부리 뱃바닥 붉은 새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방꽃차례로 운다
저녁해의 불꽃 이내 흩어지고
서둘러 잎 내고 꽃 피우던 여름꽃 진다
체로금풍의 시절이 머지않았으니
여름의 핏자국들 이내 희미해지리
우리도 끝내 자욱이 돌아서리라
대오를 벗어난 새 한 마리 안 보이는
적막한 하늘 아래
어느 꽃의 붉은 꽃잎 푸른 꽃받침이
저다지 낮게 고요히 덜컹거리는지
슬픔이 서로 다른 빛깔로 마중 와 있는 파위교
_「파위교」 전문
잎 진 목련나무
텅 빈 가지 속으로부터 시작되는 포무(苞茂)의 세계
밤의 베갯잇 속에는
손바닥만한 초소형 제설차 한 대
지금은 검은빛 흰빛으로 흩어진 나의 어머니
연푸른 종소리 울리는 산들바람 소리도 가득 들앉았으리
_「포무의 세계」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