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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88901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22-10-20
책 소개
목차
남아 있는 마음
사랑의 미래
겨울의 끝
우리 시대의 사랑
결혼식 가는 길
햇빛 기다리기
이 세상의 것
해설 | 웃고 사랑하고 일상을 살고
박상수(시인·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떤 기억은 재연되기를 거부한다. 기억 스스로 모종의 척력을 발휘하기도, 나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여 뒷걸음질치기도 하므로, 비록 머릿속 사정에 불과할지라도 그 일은 좀체 성사되지 못한다. 여린 불씨처럼 기미만 드러낼 뿐 언제나 맥없이 사그라지길 반복한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어쩌면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복기가 필요한 것 아닐까.
_「남아 있는 마음」
마지막 문제는 나였다. 모든 준비를 끝마치자 나는 문득 이 사진을 왜 업로드해야 하는지, 그것이 무엇을 위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굳이 위험을—그 위험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감수하면서까지 이럴 필요가 있을까. 나는 사회적 몰이해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싶은 것도, 만천하에 성 정체성을 공표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 그렇다면 내가 사진을 공개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뭐지? 오래 생각할 것도 없었다. 내가 바란 것은 그저…… 하트였다. 사귀는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 계정에 올리고 지인들에게 ‘좋아요’를 받는 일. 그런 일에 무슨 명목씩이나 필요하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내가 삼십 년간 빼앗겨온 것이 그런 식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었다. 아주 사소한 즐거움.
_「남아 있는 마음」
나는 그 싹의 머리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책 코스로 돌아갔고 남은 한 바퀴 반을 마저 돌았다. 호흡이 조금씩 가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등줄기를 따라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는데 도무지 걸음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때까지 나는 이 세계가 우리를 갈라놓았다고 생각했다. 우리를 포기하게 만든 것은 이 세상이지 내가 아니었기를 바랐다.
_「사랑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