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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94964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24-04-15
책 소개
목차
1부 사건
은하
수호
라이
2부 사랑
은하
수호
라이
3부 오류
초록남자
루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처음부터 수호가 시장에 루미를 내보일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당시 도약이 필요한 루미너스에게 퍼스널 챗봇 투자 제안은 매혹적인 것이었다. 의도치 않게 십수 년간 테스트를 진행해온 수호는 이 아이템에 확신이 있었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수호는 루미가 인간 사이에는 존재할 수 없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속깊은 친구를 갖게 될 것이며, 무슨 말을 털어놓아도 조금도 훼손되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_ 「1부 사건─은하」에서
만약 현실이라면 이미 연기에 질식해 쓰러졌겠지만, 이곳은 게임 속이었다. 직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위험을 감지할 수 있도록 연기 대신 불을 보여줄 뿐이다. 제때 문을 열지 못하면 불길이 문을 덮칠 테고, 문밖에 있는 플레이어도 위험해진다. 차라리 미션을 포기하고 도망가는 게 나으려나. 그렇지만 미션을 포기하면 엔딩을 볼 수 없을뿐더러 이어지는 게임의 서사에서 민수호는 계속 고통받게 된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든 자신이 포기해버린 그 일을 영원히 후회하게 된다. 그것이 내가 만든 시나리오였다. 후회와 자책의 이야기 속에서 살게 할 것인가. 아니면 이겨내게 할 것인가. 둘 다 아니라면 문 너머 눈동자와 함께 불에 휩싸일 것인가.
_ 「1부 사건─라이」에서
창작봇 은하가 나흘간 시연회에서 써낸 이야기는 그렇게 끝났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반드시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우리가 입력해놓은 창작 규칙을 바탕으로 검토하자면 은하의 목적은 ‘산에서 벗어나기’처럼 보이지만, 더 심층적으로는 ‘쇼핑몰에 불을 낸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것’일 테다. 하지만 주인공이 ‘반드시’ 목적을 갖는 일과 별개로 그 목적을 달성하는 일이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때때로 그 목적은 좌절되는 방향으로 주인공을 일깨우는 법이었다.
(…) 아마도 나흘보다 더 많은 날을 쓰고 지우고 반복하여 이야기를 잇다보면, 은하는 목표로 하는 곳에 닿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누구에게도 충분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_ 「2부 사랑─수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