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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1339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3-03-14
책 소개
목차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강보라
인터뷰 강보라 × 최선교
「오늘 할 일」 김나현
인터뷰 김나현 × 소유정
「사랑과 결함」 예소연
인터뷰 예소연 × 이희우
리뷰
책속에서
사회적 명성을 얻은 사람들을 끌어내리고 흠집내는 것은 그 시절 현오와 나 사이에 통용된 은밀한 놀이였다. 우리는 습관처럼 그들을 의심하고 분류하고 비판했다.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친 사람인지, 시대의 흐름 덕에 과대평가받고 있는 건 아닌지, 애초에 부자여서 모든 게 가능했던 경우는 아닌지 꼼꼼히 살폈다. 처음에는 우리와 가까운 문화계 인사들이 주된 대상이었지만 어떤 때는 일종의 반작용으로, 그저 교양 없고 몰취미한 사람들이 심판대에 오르기도 했다.
―강보라,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그를 보고 있으면 과연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게으른 듯 하지만 어느새 주어진 일을 능청스럽게 해내고, 사람들에게 기분 나쁜 농담을 던지기는 하지만 결정적으로 누구와도 적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처럼 되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되고 싶다 한들 그렇게 될 수 없을 것이 자명해 보였다.
―김나현, 「오늘 할 일」
세례를 받지 못한 사람은 영성체를 받을 수 없어. 나는 순정의 단호한 목소리에 입도 벙긋하지 못 했다. 순정은 그런 구석이 있었다. 어린이를 꼼짝 못 하게 할 수 있는 절제된 위압감. 하지만 다음 미사 때부터 순정은 눈치를 좀 보다가 자기 입에 넣었던 영성체를 재빨리 꺼내 내 입에 넣어주었다. 눅눅해진 영성체는 한순간 혀에 녹아들었다. 그렇게 순정은 미사 때마다 영성체를 자기 입에서 내 입으로 옮겨 죽었고 나는 잘도 받아먹었다.
―예소연, 「사랑과 결함」